인간은 매 순간 무언가를 생각한다. 머리가 복잡해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인간은 호흡과 동행하다 숨이 멎으며 생각도 멈춘다. 때로는 그 생각을 멈추고 삶이 가는 대로 그냥 놔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갖기를 원하고높이 오르기를 원하던 날들이 추억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안달하던 날들이 파노라마 속에 보인다.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깊을수록 소리가 없고 색깔도 진하다. 그런 물을 닮고 살아가면 좋겠다. 그냥 물길을 따라가면 쓰러진 나무도 만나고 어디부터 흘러온 나무 조각과 동행하다 홍수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흐르다 가뭄을 만나면 잠시 계곡에 쉬었다 가면 된다. 꽁꽁 얼은 겨울엔 얼음 밑에 사는 물고기들과 놀고 봄가을엔 꽃과 단풍을 구경하며 흘러가면 된다. 아무 걱정 근심 없이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강에서 헤어졌던 친구들도 만나고 늦게 오는 친구도 만나며 바다를 향해 가면 된다는생각을 하니 평화가 절로 온다.
세월이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왔는데 아무런 생각이 안 난다. 지난 10년을 생각하면 무엇을 하며 그 많은 날들을 보냈는지 아무런 생각도 안 난다. 둘째가 결혼하고 호주에서 살다가 4개월짜리 손자를 데리고 왔는데 벌써 10살이 된다. 큰아들이 결혼한 지 10년이 되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형제들이 왔다 간지도 10년이 되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손주가 넷이 되고 우리는 퇴직을 하고 막내까지 결혼하였다. 정신없이 살아온 10년이라는 세월인데 돌이켜 생각하면 하룻밤 신나게 꿈을 꾼 것 같다. 10년 동안 인생의 파도에 몸을 싣고 파도치는 대로 살아왔다. 성난 파도가 있었고 고요한 파도가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저 조용히 지나간듯 과거의 물길은 잔잔하게 지나갔다.
계곡 옆에 흐르는 물을 본다. 군데군데 얼어있지만 여전히 소리 없이 흐른다. 얼음조각을 안고 유유히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니 마음에 평화가 온다. 평화는 어쩌면 그리 거창한 게 아닐 것이다. 하늘에 있고 구름에 있고 순수한 아기들의 웃음에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기에 웃었더니 평화라는 복이 왔다. 평화가 오니 근심도 없어지고 욕심도 없어졌다. 무언가를 하고 실력이 좋아 돈을 많이 벌어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인간의 생각이 끝이 없듯이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 끝없이 나를 끌고 다니던 욕심을 버리며 세상은 욕심 말고 평화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발전한 세상이 가져온 지금의 모습은 인간의 자유와 방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을 향해 사람들은 발버둥 치며 산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고 밥을 누군가가 해주고 나중에는 먹지 않고 씹지 않고 배가 부르는 약까지 생길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 밖에 모르던 시대가 열심히 일만 하면 바보라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 세상을 맞고 보니 인간이 원하는 세상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지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떼 지어 여행을 가고 문화생활을 했다. 먹거리를 찾아 몰려다니고 볼거리를 찾아 세상을 누볐다. 하찮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 사람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집안에 갇혀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돌아가는 세상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모습이 보이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신나게 살 것이다. 인간이기에 실수도 하고욕심을 부리며 산다. 사람이기에 바라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난다. 한번 넘어졌다고 누워버릴 수 없다. 넘어진 힘으로 다시 일어나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 아기가 몇 백번을 넘어져야 걸음마를 배운다고 한다. 지금 시대가 절망적이지만 조금씩 해결책을 만들며 버티고 산다.
세월이 간다. 지금까지 왔다간 세월처럼 그렇게 오고 갈 것이다. 순간의 행복을 만나고 순간의 고통도 만날 것이다. 싫다고 비켜갈 것도 아니고 좋다고 영원히 머물지도 않을 것이다.올 한 해가 힘들었다고 하지만 더한 것도 겪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좋을 거라 생각하면 힘든 것도 이길 수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어 장사를 못하게 된 소상공인들이 들고일어나고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은 점점 지쳐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잠깐 만나지 않고 산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잠깐 여행을 못 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몇 번 문화생활을 못한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코로나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정책을 다 내놓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남의눈을 피해 여전히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산다. 그들의 행동을 멈추는 방법은 법인데 그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도 생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선행과 악행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다. 잠깐만 참고 기다리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에 우리가 원하는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삶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