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잘해서 집안이 항상 깨끗한 친구가 있다.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무엇하나 흐트러진 것이 없이 깨끗하다. 그렇다고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을 것 다 있는데 완벽하여 늘 부러워서 나도 정리를 하지만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서 인지 나는 대충대충이다. 정리를 하다 보니 물건을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물건을 사는 것은 보기 좋고 저렴하고 필요하면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쉬운 세상이다. 돈이 없어도 크레디트 카드로 얼마든지 사고 나중에 갚으면 된다. 아무튼 사는 것은 쉽지만 없애는 것은 더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간다. 음식과 일반쓰레기를 마구 버리던 시대는 옛이야기가 되었고 음식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나누고 병에 있는 종이를 떼고 뚜껑에 있는 플라스틱을 세분까지 하며 일일이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막상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버릴 것 버리고, 놔둘 것 놔두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란 것을 실감한다. 아주 못쓰게 된 것은 그냥 버리면 되는데 정리하다 보면 그도 저도 아닌 물건이 많다. 딸 물건 중에 헌 테이블이 하나 보여서 필요 없느냐고 물었더니 손주들 놀 때 쓰면 좋다고 버리지 말라한다. 가져가지도 않고 버리지도 말고 그냥 놔두라는데 할 말이 없다. 내 것이 아니니 버릴 수 없어 구석에 놓아두고 물건을 얹어놓고 산다. 아이들 물건은 작은 물건도 내 물건이 아니라서 쉽게 버릴 수 없어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물어보며 정리하려니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부모님 댁에 가면 방 하나에 쓰지 않고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많이 있어 갈 때마다 정리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결국 정리를 미루시며 버리지 않다가 그냥 떠나셨다.
두 분이 결혼 후 6남매를 낳아 기르시고 72년을 살아오시는 동안 물건도 많이 사고 버리며 정리도 하셨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버릴 수 없는 게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유 없는 물건이 없고 사연 없는 물건이 없으니 이래저래 버리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운도 없어지고 관심도 없어진 상태에서 정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하겠다고 미루면 언젠가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아무리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간다 하여도 사후에 해야 할 정리가 있다. 부모님 짐은 나중에 형제들이 잘 정리해서 남길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버렸지만 평생을 살아온 살림이니 거의 버려졌다. 내가 아는 지인 한 분은 평소에 완벽하게 정리를 하며 본인이 떠난 뒤 자식이 힘들까 봐 정리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뇌출혈이 와서 입원하여 열흘 동안 주무시다 가셨는데 가신 뒤에 정리하느라 힘들어하는 자손들을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가구 몇 개 밖에 없어 보이는데 한 사람이 떠난 뒤에 해야 할 일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이었다. 살면서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무작정 다 버릴 수도 없고 다 모아둘 수도 없기에 더 걱정이다. 사람들은 오늘만 생각하며 살고 싶다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고 싶다고 하지만 내일이 아주 멀리 있지 않다. 한 밤 자고 나면 내일이다. 오늘 밤에 자다가 내일 못 일어나면 내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오늘 빨리 무엇이라고 정리하고 싶어 진다. 어제 뉴스에 어느 노인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나이 많은 모친이 혼자 살 수 없어서 요양원에 들어가 살고 있는데 자손들이 코로나로 방문을 하지 못하게 되어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 모친의 물건을 중고 가게에 도네이션을 했다.
(사진:이종숙)
본인 물건이면 하나하나 보며 정리를 할 텐데 모친의 물건을 대충 보고 도네이션을 다 해버렸다. 중고가게에서 봉사하는 남자분이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는데 플라스틱 봉투에 묵직한 게 들어 있어서 꺼내보니 돈뭉치였다. 모친이 한 장 한 장 세어 얼마라는 숫자도 적어놓고 차곡차곡 모은 돈이 버려졌던 것이다. 봉사하는 남자분이 사장에게 말하고 경찰이 와서 돈을 세어보니 86000달러가 되는 큰돈이었다. 모친이 쓰고 싶어도 안 쓰고 모아놓은 소중한 돈을 돈인 줄 모르고 다른 물건들과 함께 버려질 뻔 한 돈이었다. 결국 경찰이 수소문하여 주인을 찾아 돈을 돌려주었지만 그런 일이 간혹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금이야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해결되는 세상이라서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현금이 최고로 생각해서 어딘가에 모아둔 것을 자식들은 모르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외국에서 있었던 또 다른 사건이 생각난다. 모친이 몇십 년을 사용한 침대가 너덜거려 딸이 모친을 위해 깜짝 선물을 한다고 새 침대를 사다 놓고 헌 침대는 밖에 버렸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모친은 깜짝 놀라 기절하며 헌 침대 안에 넣어둔 돈 이야기를 딸에게 했을 때는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헌 침대를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침대 안에는 모친이 평생 동안 모아둔 현금 1 밀리언 달라가 넘는 엄청난 돈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돈이 들어있는 헌 침대는 없어졌고 돈 한 푼 없는 새 침대에 누워 있는 모친의 모습에 깜짝 선물로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했던 딸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짐작이 간다.결국 그녀는 그 많은 돈을 찾지 못했는데 돈도 정말 임자가 따로 있는 것인지 평생 모은 돈을 그녀는 쓰지 못하고 헌 침대를 가져간 사람은 그 돈을 어찌했을까?
돈을 쓰면서도 행복하지 않았을 텐데 돈을 발견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돈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세상은 요지경이다.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 것이 내 것이 될 수 없고 내것은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있다. 정리를 해도 문제가 있고 정리를 안 해도 문제가 있는 세상이다. 아무것도 없이 사는 것이 마음 편하지만 그럴 수 없다.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 수도 없고 자식들 몰래 숨겨 놓은 돈도 없으니 걱정은 없지만 그런 뉴스를 들으며 정리가 필요함을 느낀다. 살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다 버릴 수도 없고 다 버린다 해도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중요한 것을 버리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고, 안 버리고 쓰레기 더미에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버리는 게 능사도 아니고 끌어안고 사는 게 해결책도 아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정리하다 보면 어느 날 가벼워질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정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