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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사는... 내 친구
by
Chong Sook Lee
Jan 5. 2021
(이미지출처:인터넷)
10년 전부터
친구가 나와 함께 산다.
내 눈 안에 사는 친구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데
눈 안에서 파리 같은 것이
자꾸 나를 따라다닌다.
먼지도 아니고 파리도 아닌데
띄려고 해도 도망 다니며
잡히지 않고 약을 올린다.
내가 위를 쳐다보면 위로 올라가고
아래를 쳐다보면 아래로 내려온다.
내 눈동자를 따라다니며
눈 안에서 춤을 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응급실로 갔더니 비문증이라는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친구란다.
내가 왼쪽을 쳐다보면
그것도 왼쪽으로 바짝 다가오고
오른쪽을 보면 지가 먼저 앞장을 선다.
친구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친구는 싫은데
갑자기 내가 좋다고
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눈을 감으면 안 보이는데
눈을 뜨면 휘청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눈을 비벼도 보고
감아도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의사 말대로 평생 친구다.
어떤 때는 더 심하게 요동을 치고
어떤 때는 가만히 있어서
없어졌나 하고 눈을 움직이면
어디선가 후다닥 나온다.
처음에는 무척 신경이 쓰였는데
이젠 서로 무신경이 되어
있거나 말거나 같이 다닌다.
그런데 혼자 심심했는지
며칠 전에 어디서 하나를 더 데려왔다.
이제는 둘이라 더 신나서 다닌다.
난 떼어버릴 수 없는 친구가 둘이 되었다.
안과 전문의한테
가서
파리 친구가 생겼다고 했더니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란다.
없어지거나 작아지지 않으니
같이 살아야 한단다.
코로나로 친구를 못 만나서
외로운 줄 알고
눈에 친구가 둘이나 생겼다.
원하지 않는데
왜 그런 친구랑 같이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친구는 그게 아닌데
나와 죽을 때까지
같이 살 친구가 생겨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내 눈동자만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나의 친구야
어차피 만났으니 사이좋게 살자
너와 내가 가는 길이
좋은 길이면 좋겠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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