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좋은 우리

by Chong Sook Lee


함께여서 좋은 우리 (사진:이종숙)


바람은 소리 없이 천지를 들락 거리고 구름은 말없이 하늘을 가렸다 덮었다 한다.
해와 달은 온 세상을 밤낮으로 비추고 별은 세상의 외로운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사람의 마음은 저 드넓은 바다의 모습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잔잔하다가 출렁거리다가 돌연 뒤집힌 파도의 모습이 된다.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이기에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가 있고 모든 일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의 골짜기에는 걷잡을 수 없는 악이 존재한다.
욕심과 분노와 시기와 질투의 본능 때문에 세상에는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누구나 자기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는데 내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으로 크고 작은 전쟁을 한다.

이간질로 남의 친한 사람을 갈라놓고, 남의 돈과 재산을 내 것으로 만들고, 남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남의 자리를 차지하여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는 경쟁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도를 지나쳐 금수보다 못한 마음으로 상대를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친한 사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어 우울해하던 지인을 생각하며 하얀 눈이 쌓인 산길을 걷는다. 고요하고 차분하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낙엽을 헤치며 다니는 다람쥐 소리가 조용한 숲 속의 정적을 깨운다.

깊은 산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숲 속의 세계를 이루며 아름답게 존재한다. 크고 작고, 높고 낮고, 굵고 가는 나무들이 창조주의 뜻대로 나름대로 질서에 따라 생로병사의 법칙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처럼 살고 죽는다.

그 누구도 잘났다고 말하지 않고 못났다고 구박받지 않는다. 사람들처럼 떼를 지어 다니며 누군가를 죽이지도 따돌리지도 않고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는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감사히 받아 마시고 눈이 오면 온몸으로 맞는다.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여름에는 숲을 이루며 가을에는 온갖 색으로 아름답게 숲 속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있는 모든 것을 땅에게 내어준다. 그 누구도 남의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 나름대로의 색으로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는다.

물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본능이 있어 인간 세상과 다르지 않은 점도 있다지만 눈으로 보이는 숲 속은 그저 한없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새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곤충도 짐승도 저만의 삶에 충실하다. 얼어버린 강물 속에서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짐승들은 땅굴을 파고 그 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남의 것을 빼앗고 내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불철주야 신경을 곤두 세우며 사는 인간사회... 혈육의 정마저 저 버리며 살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을 접한다.
살고 보면 별것 아닌 인생이라는데 그저 숲 속의 세상처럼 살 수 없을까?

숲을 걷는다. 신선한 공기가 나의 오염된 폐를 깨끗이 정화시킨다. 큰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의 작은 나무들이 오밀조밀 서 있다.
너무 커버린 나무들은 하늘을 만나고 싶은가 보다. 꼭대기 몇몇 가지에 나뭇잎을 매달고 하늘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나무와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고 서 있다.

가는 길에 보지 못했던 커다란 나무가 건너편 숲에 덩그러니 넘어져 눈에 덮여 있다. 아마도 지난 여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힘에 겨워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나 보다.

하산하는 길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가는 길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만나지 못했던 것을 만난다. 빨갛고, 노랗고, 검은색의 몇몇의 열매들은 아직 떨어지지 못한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겨울을 나려나 보다.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주는 숲이 있어 살 맛이 난다. 있는 것을 보여주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는 숲은 그야말로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끼리끼리도 없고 쑥덕거림도 없이 한없이 인자한 엄마 같은 따뜻한 존재 임을 가슴에 담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사랑 하는 남편과 산길을 걸으며 뿌듯한 행복에 젖는다. 나무들처럼 함께여서 좋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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