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길은 찾지 못하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은 가기 쉽다. 원하지 않는 곳에 가게 되고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가지 말아야겠다고 한 곳은 쉽게 가게 되고 가야 할 곳은 찾기 어렵다. 가다가 이 길이 아니다 생각했을 때 돌아서야 하는데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생각은 돌아서지 않게 만든다. 이 길이 맞을 거야. 이길로 쭉 가다 보면 그 길을 만나게 될 거야. 하는 생각으로 무조건 앞으로 가보면 엉뚱한 데서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된다. 가야 할 길이 아닌데도 가면 한참을 돌아서 가게 되거나 생각지 못한 길을 걷게 된다. 인생길도 이와 같이 잘못된 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지 못해서 아니면 갈 수밖에 없어서 택한 길을 평생을 헤매며 살 수 있다. 돌아갈 수 없이 멀리 왔어도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체념하며 산다.
오늘은 지난번에 고생했던 절벽 옆에 있는 가파른 길을 가지 않기로 하고 희한한 호수로 방향을 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호수는 매끄럽게 얼어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곳으로 가운데 작은 섬이 하나 있다. 호수를 걸어가다 보니 처음 왔던 곳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여름에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호수와 산책길이 연결되어 물인지 산책길인지 모르는데 길을 따라가다 보니 커다란 숲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아오게 된 것이다. 너무 신기해서 오늘도 한번 다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호수 옆에 길이 있길래 거꾸로 걸어가면 반대로 한 바퀴 돌겠구나 생각하고 걸어갔는데 걷다 보니 호수가 아니고 엉뚱한 곳에 와 있었다. 바로 지난번에 미끄러워서 고생한 절벽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돌아가자니 너무 멀고 앞으로 가자니 가파르고 미끄러운 절벽을 내려가야 한다.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곳을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다. 거기까지 갔으니 어차피 지나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며 바들바들 떨면서 내려가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로 들어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연히 생각지 못하게 그곳을 다시 가니 그곳에 가서 길을 잃었던 기억이 새로워진다.
2년 전 초 겨울 어느 눈발이 내리던 날 남편과 나는 산책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막 다른 곳에 다다랐다. 산꼭대기에 있는 세 갈래길에서 낭떠러지를 바라보며 어처구니없게 길을 잃었다. 온길로 다시 돌아간다고 갔던 길이 잘못된 길이라 생각이 되어 다시 꼭대기로 올라가서 다른 길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더 이상 길이 없어 다시 돌아가서 다른 길로 가 보았는데 그 길 역시 가는 길이 아니었다. 밤은 어두워지고 눈은 내리고 오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산속에서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다녀도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지도를 보고 따라가도 오던 길이 아니고 전혀 모르는 생소한 길이다. 어쩐다? 이대로 여기서 사람을 기다릴 수도 없고 가자니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제자리걸음으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깊은 계곡에 하얀 눈이 쌓여가고 절벽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다리는데 우리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온다. 우리가 인기척을 내며 길을 잃었다고 이야기하며 주차장소를 말했더니 자기가 가는 길이란다. 그런데 우리하고 천천히 가면 좋은데 그 사람도 산속에서 만난 우리가 무서웠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앞으로 마구 뛰어가는 것이다. 밤길에 달빛에 의지하며 걸어가는데 자칫 잘못하면 또다시 길을 잃을 판이라 정신없이 그 사람을 뒤따라갔다. 5분 정도 가다 보니 아까 온 길이 보여 안심이 되어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게 멀리 가 있었다. 일단은 길을 찾아 차를 타고 집에 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간혹 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이다. 오늘 걷다 보니 우리가 길을 잃었던 절벽 꼭대기에 가게 되었다.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가파른 곳에 눈이 쌓여 간신히 내려왔기 때문에 아침에 남편에게 그곳에는 가지 말자고 하면서 나왔는데 초입에 길을 잘못 들어와서 오늘도 그 꼭대기에 오게 되었다. 다시 미끄러운 길을 가야 하니 미리부터 겁이 난다. 아이젠을 끼고 스틱도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길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직행이다. 발발 떨며 간신히 내려와서 그곳을 떠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숲 속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많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생각하지 못한 곳을 가게 된다. 머리로 생각한 길이 아닌 생소한 길은 두렵다. 특히 숲 속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갈 때마다 특별한 모습을 인식하며 머리에 입력을 시키고 가지만 어떤 때는 너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인생길도, 숲길도 길 한번 잘못 들어가면 거기가 거기인 것 같아 한참을 헤매게 된다. 가야 하는 길이 어디인지 안다 해도 곳곳에 숨어있는 수많은 유혹을 만난다. 그 많은 유혹을 뿌리치면서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야 한다. 가다가 보면 쉬고 싶고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다.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기도 하고, 가고 싶지만 갈 수 없기에 돌아서기도 한다. 인생길이나 숲 속의 길이나 가보지 않았기에 가보고 싶어 걸어간다.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을 걸으며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주저앉아 울기도 하며 길을 걸어가고 길을 만들며 길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