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 날이다가온다. 둘이 사는데도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모른다. 안 버린다고 해도 일주일에 꼭 한 봉투를 채워 나간다. 청소를 하다 보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보인다. 이리저리 밀쳐놓다가 결국엔 버리게 된다. 아무리 아까워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오래된 가구 그리고 옷과 이불은 버려야 한다. 사람도 어찌 보면 유통기한이 되면 죽어야 하듯이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만료일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것 같아도 알게 모르게 변해간다. 유행이 지난 물건을 보면 옛날 것을 알 수 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옛날에 만든 것들은 왠지 옛날 냄새가 난다. 사람도, 집도, 차도, 하물며 숲에 서있는 나무도 언젠가는 세상에 없어진다. 나는 음식이나 약품 그리고 화장품만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무엇이든지 버려야 하는 날짜가 있어 언젠가는 쓸 수가 없고 버려야 한다.
그릇이나 가구는 별로 유행을 타지는 않아 빈티지로 많이 사용하고 살지만 그 물건을 사용한 시간이 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인체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플라스틱 그릇도 오래 쓰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래도록 쓰기 위해 비싸고 좋은 물건을 샀는데 세월이 가니 시대에 뒤떨어져 보여서 새것으로 바꾸니 집안이 환하고 내 마음도 젊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옛날 것은 나름대로 멋있고 가치가 있어서 보관용이나 기념으로 놓아둘 수는 있지만 매일매일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신제품이 훨씬 편하다. 옛날 것은 아무래도 투박하고 작동도 불편하기 때문에 어차피 바꿀 건데 하루빨리 바꾸어 편하게 사는 것도 좋기는 하다. 좋아하는 가구도, 생필품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눈의 감각으로 옛날 것들은 실생활에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에 여러 가지 오래된 소품들이 많이 나온다.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물건도 있고, 선물 받은 것도 있고, 투자용으로 많은 돈을 주고 산 물건도 있다. 신기하고 귀하고 값어치가 엄청 나가는데 놀란다. 쓰지도 못하고 가보로 내려오는 물건이라서 애지중지 하며 신주모시듯 하는 이유는 흔하지 않고 비싸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몇억씩 하는 것을 보면 오래된 물건이라고 아무거나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돈 가치가 얼마 되고, 언제 만들고, 어떤 용도로 누가 쓰던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물건이 없지만 신기해서 보고 있으면 엉뚱한 가격에 놀란다. 소중한 물건을 잘 보관하여 자손 대대로 물려주며 누군가의 손으로 전해지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것이 꼭 돈에 관계되지 않아도 몇 대 조상님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어찌어찌하여 그런 물건을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것은 자손들에게도 큰 긍지를 갖게 한다. 역사를 배우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면 그 시대를 살지 못했지만 시대상을 느끼며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새것만 좋아하고 헌것의 가치를 모르고 버려진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사용하던 것들을 버리지만 옛날 것을 좋아하고 모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형편없어 보이는데 그 가치를 알아보며 많은 돈을 들여서 수집하는 사람들의 안목이 부럽다. 옛날 잡지,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 오래된 우표 그리고 신발이나 장신구 또한 가구나 술병 참으로 여러 가지 물건들이 의뢰인을 통해서 소개된다.
외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적인 작품들을 좋아 하지만 너무나 가격이 비싸서 엄청난 돈을 주고 살 엄두는 내지 못한다. 세상에 돌아다니는 물건이 다 진품이 아니고 거의가 모조품이지만 안목이 없는 나는 다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몇 년 전에 인사동 거리를 걸어가며 몇몇 가게를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손바닥만 한 그림부터 벽에 거는 커다란 그림이 쌓여있는데 가격을 보고 만지지도 못하고 눈으로 구경만 하고 왔다. 옛날 것이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가격이 오르다 보니 모조품도 덩달아 가격이 뛴다. 어떤 것은 유치한 색으로 금방 가짜임을 바로 알게 되는데도 엄청난 가격이 붙어있어 실망만 하며 한점도 사지 못했지만 나에게도 선물로 받은 2점의 벽걸이 작품이 있다. 언제 누가 그린 것인지 모르지만 시댁에 걸어 놓았던 것인데 시어머니가 주셔서 가져왔다.
꽃이 그려져 있는 벽걸이인데 화사하고 밝아서 그림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오랫동안 벽에 걸어놓았더니 먼지도 쌓이고 조금씩 헤지는 것 같아 똘똘 말아서 잘 모셔 놓았다. 진품명품은 아니지만 세월이 가서 손자들이 자라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두었는데 그때가 되면 아이들이 가치를 알아내어 그 그림으로 벼락부자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 유통기한부터 보는 세상이 되었어도 옛날 물건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세상이 되었다. 새것이 좋다고 새것만 자꾸 만들다 보니 좋은 것도 많지만 옛것을 그냥 버려지는 안타까움이 많다. 그래도 버리지 않을 수 없어 아끼는 물건도 버리다 보면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내가 없어지면 내 물건 역시 버려질 텐데 내 물건은 내가 처리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웬만하면 미련두지 않고 버린다.
옛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애들은 펄쩍 뛴다. 아이들에게 배워서 나도 만료일이 지난 것은 미련 없이 버리지만 보기에 멀쩡한 것을 버리기는 정말 아깝다. 너무나 많은 쓰레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하나라도 덜 버리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하나가 썩는 시간이 그토록 오래 걸리는데 순간순간의 편리함 때문에 그것조차 멈추지 못하고 산다. 조상들은 우리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었는데 문명의 발달로 우리는 더러운 지구를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지금은산업 발달로 진품이 될지 명품이 될지 아니면 쓰레기가 될지 모르는 물건들은 한없이 만들고 버려진다. 쓰레기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되고 자연은 훼손되고 있음에도 순간의 유혹 때문에 자꾸 무언가를 사고, 엄청난 음식을 버리고, 쓸만한 것을 조금 쓰다가 버리며 산다.
여전히 쓰레기는 쌓여가고 여기저기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버리기보다 재활용을 하며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 많아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여 재활용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다행스럽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좋은 세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덜 만들고 덜 버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안 만들고 안사고 안 버리며 살 수는 없겠지만 옷도 조금 입다가 맘에 안 든다고 버리고 신발도 몇 번 신다가 유행이 지났다고 버리는 우리네 삶을되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오래된 물건을 버리고, 아이들이 쓰던 물건을 버리며, 옛날 같으면 버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어 가고 있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지 말고 있는 것을 써도 되건만 새것을 보면 사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쓰레기가 지구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