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동네에서 이름난 똑똑한 아이다. 선생님이 물어보는 문제를 막힘없이 대답하는 아이에게 매번 선생님은 이곳을 떠나 큰 도시에 가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가난밖에 없는 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꿈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친구들과 학교를 오가며 소년은 떠나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 할머니를 비롯해서 온 식구가 비비며 사는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아버지 형제들과 사촌들도 한 지붕에서 먹고 자야 하는데 그 모습은 사람이 사는 모습이 아니고 개나 돼지의 삶이나 다름없었다. 급기야 소년은 가출을 한다. 부잣집을 찾아가서 미국 유학을 끝내고 온 아들 부부의 운전기사로 채용이 된다.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부부를 모시고 다니며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운다. 아들 부부는 미국에서 공부한 신시대 사람들이라서 그들의 부모와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자유분방한 그들의 사고방식은 계급사회를 경멸하고 부모들과 많은 다툼을 하며 운전기사인 그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해준다. 어느 날 밤 주인 여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갑자기 길로 뛰어드는 어린아이를 치게 되었다.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기사는 아무도 보지 않았으니 너희들이 가만있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부부에게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게 한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주인들은 가족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사실대로 한다. 결과는 기사가 사고를 냈다는 서류에 싸인을 받아 경찰서를 찾아갔는데 아무도 접수하지 않은 사고라 해서 사고는 그저 끝이 났다. 기사는 부자들의 행동이 너무나 괘씸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주인의 처분을 기다리던 중 주인 여자는 계급과 거짓으로 살아가는 시댁 가족 간의 불화로 미국으로 떠나려고 공항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주인 여자가 가면서 미안하다며 얼마의 돈을 주고 갔는데 자신이 해준 것에 대한 대가 치고는 너무 적은 액수였지만 참고 돈을 받은 뒤 주인 남자를 찾아갔다. 부인을 공항에 데려다주었다고 이야기하니까 남편은 둘이 자기를 속였다고 화풀이를 하며 앓고 누워 버렸다. 기사는 주인 남자가 미웠지만 사람의 도리로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놔둘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주인을 먹이며 함께 생활하며 다시 주인은 살아난다. 주인을 살려놓고 완벽하게 자신을 믿게 만든 기사는 주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주인을 속이기 시작하며 주인의 재산을 주인 몰래 빼돌린다. 주인의 차로 사람들을 데려다주고 돈을 받아 챙기고 택시처럼 사용하며 돈을 번다. 차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나중에 알아차린 주인이 화를 냈지만 미안하다는 말로 넘긴다. 살아난 주인은 여전히 기사를 믿고 데리고 다니는 사이에 기사는 부자들의 더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에 진저리를 친다.
고향을 떠나온 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나 향수병에 걸려 있을 때 몇 푼 던져주며 잠깐 다녀오라는 부자들의 인색함에 역겨움을 느꼈지만 어느 날을 위해 참았다. 한번 잘못해준 싸인으로 사람들이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하는 헛 모습에 괴로워하며 고향에 가보니 여전히 가난하고 자신이 가지고 간 돈은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는 오지 않기로 결심하고 고향을 떠나 온다. 한편 주인은 정치를 하겠다며 돈을 여기저기에서 끌어 모은다. 많은 돈으로 한자리 부탁하러 돈을 잔뜩 넣은 돈가방을 들고 다니는 주인을 보며 돈을 빼앗을 계획을 한다. 비가 오는 날 주인이 정치인을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기사는 가는 길에 그를 죽이려는 결심으로 준비를 한다. 범행 후 갈아입을 옷과 유리병 하나를 날카롭게 깨어서가방에 숨기고 주인을 차에 태우고 목적지를 향한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밤에 차를 세우며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으니 주인보고 밖으로 나오라 한다.
영문도 모르는 주인 남자는 무슨 일인가 하며 엎드려서 타이어를 볼 때 기사는 날카로운 병으로 주인 남자의 목을 수십 번 찌른다. 주인 남자는 피를 흘리고 발버둥 치며 길거리에 넘어져 죽는다. 그는 돈가방을 가지고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멋있게 손질하고 수염을 기르고 멋진 옷을 입고 기업인으로 둔갑한다. 몇십대의 택시를 사서 운수업을 시작하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 주인이 하던 야비한 수법이 아니고 양심적이고 인정 많은 사장이 되어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기업을 키워간다. 택시기사가 사고 낸 집을 찾아가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그 집 아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주면서 그는 성장한다.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돈을 벌며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자신의 얼굴이 여기저기 벽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죽인 줄 알았던 주인집 남자가 살아서 살인자가 된 그를 지명 수배한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여전히 기업인으로 살아간다. 벽에 붙은 지명수배 쪽지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다르고 비슷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못 잡는다고생각한다. 그는 고향을 떠나오며 다시 태어났고 주인을 죽이고 또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사람들에게 말한다. 노예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주인을 죽여야 노예생활에서 벗어나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가 살인자라고 고백하고 실토하는데 그들은 그를 존경한다. 그들도 그들이 사는 길은 주인을 죽이는 길이라고 강하게 믿게 되었다. 그는 그가 만든 성에 그만의 철학 속에 살아간다. 그의 얼굴이 있는 벽보를 여전히 바라보며 딴 사람으로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간다.길을 가는데 그가 죽였던 주인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자신을 믿어 주었던 주인을 죽이고 주인으로 다시 태어나 주인이 되어 사는 그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부자들의 행패로 자신이 죽어간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편의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자신의 벽보를 보고도 아무런 느낌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