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기르지 못하고 언제나 짧은 머리를 한지 꽤나 오래됐다. 조금만 자라면 지저분해 보여서 자꾸만 자르게 된다.며칠 전 거울을 보니 머리를 자를 때가 된 것 같아 자꾸 신경이 쓰여 결국은 머리를 또 짧게 잘랐다.두 달 전에 잘라서 단발이 채 안 됐는데도 지저분해서 자르고 나니 괜히 후회가 된다. 2주 후에는 친구 딸 결혼식을 가야 하는데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괜히 걱정이 된다.파마를 해야 할까 아니면 구르프를 말아야 할까 하며 머리가 복잡하다.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많던 머리숱도 점점 없어져 마음에 안 든다. 머리가 길으면 자르고 싶고, 막상 짧게 자르면 후회가 되는 것이 마치 인간관계를 닮은 것 같다.어렸을 때는 친구도 많았는데 더러는 세상을 떠나고, 더러는 오해로 멀어지고, 몇은 먼 곳으로 이사 가고 나니 머리숱처럼 친구도 몇 안된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친구에게 미운 감정이 있어도 자고 나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 언제 싸웠나 하며 다시 붙어 다니곤 했는데 어른들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한번 돌아서면 영원한 적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 사이좋아 보이는 사이라 해도 질투와 시기로 경쟁의 대상이고, 돌아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를 욕을 하며 헐뜯는 경우가 많다.몇몇이 같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다가 그중 하나가 자리를 뜨게 되면 없는 사람의 단점을 한 마디씩 하며 차라리 그 사람이 그자리에 없기를 원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인간관계의 무서움을 느낀다.그 욕먹는 대상이 언젠가는 본인이 될 줄 모르는 듯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고 급기야는 적이 되어 하나씩 둘씩 멀어져 간다.
친구란 정말 소중한데 외롭지 않으려는 계산 속에 옆에 끼고 다니다가 필요 없고 귀찮으면 버려 버리는 존재로 되었다니 참 슬픈 일이다. 진실한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조금 싫다고,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고 머리 자르듯 싹둑 잘라버리면 남아 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머리도 기르는 데는 몇 년이 걸려도 자르는 데는 가위질 몇 번이면 짧아진다.물론 짧은 머리는 또 자라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친구관계를 조그마한 것을 이유로 오해하고 미워하며, 헤어지고 만다면 후회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이어지는 대인관계, 친구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를 존중하는 데 있다.부부간에도 충돌이 많은데 하물며 남인데 내 마음에 꼭 들을 수는 없으니 그저 좋은 말, 고운 말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서로의 장단점을 보강하는 좋은 만남이 될 것이다.
지저분해 보여서 싹둑 자른 머리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본다.과연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나 역시 주위에 친한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며, 나를 따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몇십 년이 지나도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마음을 열어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고, 그들 역시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생긴 일 일 것이다.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어차피 고우나 미우나 한평생 이웃되어 살다 가는 인생길이다. 기왕이면 모든 이 들을 받아들이며 친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부족한 모습이다. 선입견으로 형성되는 인간관계 안에 겉모습으로 또는 사회지위로 판단하여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친구가 없을 것 보이는 사람도 친한 사람이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을 것 같은 사람도 외로움에 운다.
사람들이 살면서 누구를 막론하고 외롭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진정한 친구를 찾아보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인간은 외로워서 친구를 사귀고, 왕따가 싫어서 그룹을 만들어 어울리면서 또 누군가를 왕따 시키며 산다.내가 무섭고 싫은 것을 남에게 하며 살아가는 인간 습성이 싫지만 모두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남이 잘됨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남의 좋은 일을 축하하면 내 마음이 참으로 충만하다. 남의 아픔과 외로움을 위로할 때 나도 같이 위로받는다.누군가 두려움에 고개 숙이고 있을 때 옆에 같이 있기만 해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인생살이인데 마음의 문을 닫고 이기적으로 산다면 아무런 발전도 기대도 희망도 없다. 때로는 나의 잘못으로, 때로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오해를 하고 멀어져 버린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려 본다. 다 지나고 보니 적을 질 만큼 그리 큰 일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무척 서운해서 끝내버린 사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보다 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 잘못을 큰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말이다.그야말로 '머리 자르듯 싹둑 자를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 다.정말로 치명적인 일이 아니라면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