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는 이유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무엇이 그리 어려운가요
그냥 보내면 되는데
보내려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만큼 함께 했으면 질릴 만도 한데
붙잡고 안 놔주는 그 마음이 알 수 없어요
해질 대로 해지고
닳을 대로 닳아진
초라한 모습이 뭐가 그리 좋아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몰라요

함께한 세월 때문만은 아니라고요
정이 들어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
그만 보내야 하는 것을 나도 알아요
더 이상 함께 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보내지 않으렵니다

예뻐서도 아니고
사랑해서도 아닙니다
그대가 옆에 있는 것으로 그저 족합니다
좋고 멋있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
찾을 수 없는 평화를 만나고
많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편함을 주기에 보낼 수 없습니다

누가 보나요
누가 아나요
내가 좋아하면 되는데
왜 자꾸 가려하나요
물이 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들어오지도 않아요
함께 있으면 든든한 그대를
난 보내지 않을 겁니다.

색이 조금 바랬다고
유행이 지났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소리 없이 날 데려다주고
불평하지 않고 날 데려오는데
가야 할 이유가 없어요
보낼 필요가 없어요

어느 날 꼭 가야 할 때
내가 보내줄 때까지
나와 함께 해요
아직은 갈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보낼 때가 아닙니다
보내지 않는 딱 한 가지 이유는
그대가 너무 편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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