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수다 떨면서 웃고 싶은 날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사람들의 수다를 들어본 지 오래되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니 수다를 떨지도,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남편과 말 몇 마디하며 하루하루가 지난다. 옛날에는 말을 너무해서 목이 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안 해서 목이 잠긴다. 어쩌다 전화가 오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한다. 메시지로 전화를 대신하고 비대면이 되어 만나지 않고 살다 보니 수다 떨 건수가 없어진다. 만나서 어딘가를 가고 무엇을 먹고 물건을 사며 이야깃거리가 생기는데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게 되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더라."라는 노래 가사처럼 혼자 사는 세상이 되어간다. 수다를 잘 떠는 편이 아닌 나는 남들이 떠는 수다를 들으며 재미있어한다.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일인데도 언변이 좋아 근사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할 일이 태산이고 나 나름대로 할 말도 많지만 수다를 듣는 순간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긴다. 워낙 말을 잘하지 않는 나이기에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신나서 더 떠들어 댄다. 그런 반면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게 어색하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한마디 두 마디 주고받다 보면 말없는 사람도 말을 하며 수다를 떨게 된다. 말이 너무 많아 듣는 입장이 되면 그저 들어주기만 하면 되지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얘깃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속없이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뒤로 가서 어떤 말을 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편하다.


그런데 웃기는 게 수다쟁이도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오만 가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절대로 자신의 약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밀도 없고 부족한 점도 없이 완벽한 것처럼 사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본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나 깜짝 놀랐다. 아픔도 많고 슬픔도 많은데 어쩌면 그리도 감쪽같이 보여주지 않았는지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수다는 뉴스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진심을 털어놓을 때는 실로 조용하고 침착하였다. 남의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을 때는 손짓, 몸짓하며 같이 있는 사람 정신을 홀딱 빼놓으며 신나게 얘기했는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당시는 그를 이해를 못했는데 어쩌면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의 이야기는 그저 흘려버려도 되기에 재미있게 할 수가 있다. 당사자가 아니고 제삼자가 되어 그저 옆에서 듣고 자신의 수다를 들어주는 사람이 재미있게 들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더 커다란 제스처를 쓰고, 더 많이 웃고, 더 크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그는 그만의 아픔과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더 많이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울 것 같아 친하고 싶어 한다. 나중에 허탈할지라도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시간 없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낭비가 싫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서 속없이 웃고 떠들던 날도 그리워진다.


한 번씩 그렇게 수다를 떨면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관계도 더 부드러워져서 친근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코로나는 그것마저 못하게 만든다. 아침마다 참새들이 재잘대는 소리는 여전한데 사람들만 못하고 산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떨까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비대면의 세상이 되면 점점 만나지 않고 살 텐데 수다의 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던 날은 이제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니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시장에 가서 튀김도 먹고 싶고 아줌마들하고 세상 이야기도 하며 허심탄회하게 웃고 싶다. 가까이 가서 손을 잡고 이야기도 하고 우스운 이야기도 하며 깔깔대고 싶다. 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로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음식을 사 먹을 때도 카드로 몇 번 두드리며 주문을 하고 번호로 준비된 음식을 가져오면 되는 세상이다. 따스한 말 한마디 푸짐한 수다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수다 떠는 모습이 달라졌다. 같이 앉아 있어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무언가를 보며 수다를 떤다. 사진을 보여주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서 웃고 떠든다. 옛날에는 말을 많이 하여 입에 침이 마르게 수다를 떨었는데 요즘엔 눈으로 무언가를 보며 수다를 떤다. 더 발전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사람을 만나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데 만나지 못하니 아무것도 못한다. 음식을 못 먹으면 배가 고프듯이 사람을 못 만나니 마음이 고프다. 마음껏 웃고 수다를 떨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간절히 그리운 날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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