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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잠
by
Chong Sook Lee
Mar 8. 2021
(사진:이종숙)
밤에 잠을 도둑맞았다
누가 훔쳐갔는지
도둑을 찾을 수 없다
깜깜한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뿌려놓고
어여쁜 눈썹을 그려놓고
누군가가
잠을 데리고 갔다
세월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잊혔던 추억들을 들추어도
도둑맞은 잠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며칠 전 가출한 잠을
졸고 있는 가로등에서 찾았는데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하며
졸고 있을까
내게서 잠을 가져가서 무엇하려고
깜깜한 밤에 날더러 어쩌라고
가출한 잠은 시치미 떼고
까만 밤은 하얗게 바랬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다
내다본 세상
빨갛게 타오르는 태양이
어둠을 삼켜버린다
도주한 잠
가출한 잠
도둑맞은 잠을 찾으러
집안을 뒤져본다
이불을 뒤집어쓰며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잠은
벌건 대낮에
비틀거리며 나에게 매달리고
동침을 요구하리라
못 이기는 척
돌아온 잠을 끌어안고
잃어버린 잠 속에 빠져
어제의 방황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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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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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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