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져다준 봄에는... 예쁜 봄만 생각하자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겨울이 봄을 일찍 가져다줄 줄 몰랐다. 때가 되면 이렇게 만나는 봄을 만나지 못할까 봐 안달했다. 가지 않는 겨울이 미워 빨리 가라고 했는데 이렇게 예쁜 봄을 남겨놓고 갔다. 잘 가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보냈다. 서운한 마음에 빨리 올까 미리 걱정이다. 언젠가 가을이 오기도 전에 겨울이 다녀가서 놀란 적이 있었다. 세상이 다 놀라고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은 겨울을 맞고 어리둥절하는 것을 보고 겨울이 물러가서 한참 뒤에 찾아왔다.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겨울은 싫다. 이곳의 겨울은 거의 6개월 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이 잠깐 지나가고 여름도 별로 뜨겁지 않다가 가을을 맞게 된다. 가을이 떠날 생각도 하지 않을 때 무조건 쳐들어오는 겨울은 4월에도 눈을 뿌리며 존재를 드러낸다. 좋아할 수 없는 겨울이 지난해는 퍽 양순했다.


11월 중순에 40센티미터가 넘는 눈을 3일간 쏟아내더니 1월까지 춥지도 않고 눈도 별로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2월 중순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영하 30도, 40도로 내려가서 또다시 살력을 발휘했지만 한 2주간의 추위가 물러가고는 자취를 감췄다. 이제 뜰에는 눈이 거의 녹아 새파란 새싹이 나오면 완벽한 봄이다. 꽃이 피려면 아직 멀었어도 파릇파릇하게 보이는 새싹이 희망을 가져다준다. 가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가 조금씩 일상에서 자리를 잡고 조심하는 가운데 길이 보인다. 여전히 떠날 기색은 없지만 작년 이맘때 처음 왔을 때보다는 덜 갈팡질팡하게 되었다. 손 씻고 마스크 쓰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이젠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만 해도 많이 나아진 것이다. 나날이 극성을 부리며 위협하던 초기와 다르게 많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다.


만나서 먹고 마시며 흥청대는 재미에 그것이 마치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지나쳤다는 근거를 알게 했다. 세상일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한 줄 알고 행한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코로나가 경제나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입혀서 언제 회복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낸 부흥을 인간이 허문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하지도 못한다. 단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각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앞으로 가기만 하면 모든 것들이 될 줄 알았는데 어느 길이든 장단점이 있다. 코로나가 남겨놓은 국가의 부채는 또 다른 숙제가 되었다. 국가마다 위로금과 보상으로 국채가 바닥이 나고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울이 가기 싫어 심술을 부리는 거와 다름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봄이 오지만 겨울이 길어 지므로 봄은 짧아진다.



(사진:이종숙)


봄을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겨울옷으로 추위를 막는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은 이제 다 귀찮아한다.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봄은 점점 멀어져 간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하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자유를 선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잠깐만 더 참으면 되는데 더 이상 못 참아서 확진자는 무더기로 나온다. 느슨해진 틈을 타서 마스크를 벗고 파티를 하고 사우나를 가고 오늘이 마지막인양 신나게 논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가지 않고 끈질기게 우리 삶을 방해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끝이 가까운 게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백신이 나오고 백신을 맞으며 단체 면역이 생기면 독감이나 플루같이 약해질지 모르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사람들은 빨리 없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사회문제까지 나와 심각해져 간다. 서로 죽이고 죽고 미워하며 증오하는 무서운 세상이 되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은 증오와 혐오의 마음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쓸 수가 없다. 적어도 바이러스는 백신을 연구하여 접종하면 되지만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 맞는 백신은 없다. 코로나가 떠난 뒤는 더 견디기 어려울지 모른다. 겨울이 남기고 간 뜰은 지난해가 남겨놓은 쓰레기와 오다가다 앉아버린 쓰레기들이 많다. 겨울이 그냥 가지 않듯이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봄이 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온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듯이 코로나가 간다 해도 끊임없이 인내해야 할 것이다. 아무런 경제활동 없이 저금한 돈을 뽑아먹고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지금껏 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세상은 매정하다. 일하지 않고 먹기는 어렵다. 하루빨리 봄이 오면 좋겠지만 겨울이 가기 전에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이 온다 하더라도 겨울은 다시 돌아와서 훼방을 놓으며 세상을 다 얼게 할 수도 있다. 그래도 파랗게 땅을 밀고 나오는 원추리가 기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온다 하더라도 봄은 오고 봄 속에 있는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지금은 어둠의 시간이지만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면 새날이 온다. 겨울이 봄을 낳듯이 코로나가 가르쳐준 교훈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이끌어 갈 것이다. 봄이 오면 겨울의 추위를 잊고 코로나가 지나면 우리가 겪었던 아픔은 옛이야기가 되어 잊힐 것이다. 지금은 봄이다.


봄에는 봄만 생각하자. 원추리와 부추, 그리고 튤립이 세상을 구경하러 나오니 세상은 겨울의 옷을 벗고 초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 봄을 끌어안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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