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그것은 어디로 가는 걸까

박영권 형제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by Chong Sook Lee
삶을 따라다니는 흔적들( 사진:이종숙 )


장례식장이다. 1966년도에 캐나다로 이민오신 이민 대선배님이다. 많은 조문객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하나 둘 삼삼오오 장례식장으로 들어온다.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는다. 생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마지막 고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닐지라도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이별은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다.

사람이 태어나 20-30대에 짝을 만나 몇십 년 함께 살다 저세상으로 떠나감을 보는 것은 참으로 잔인하다. 특히나 태어난 고국을 떠나와 낯설고 힘든 이민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그 슬픔이 말할 수 없이 크다. 외롭기에 더 많이 사랑받고 싶고 더 많이 기대하고 더 많이 실망한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이 잘 되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질투와 시기로 몸을 사리며 슬퍼하며 미워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언젠가는 떠나간다. 슬픔과 고통과 아픔이 없는 머나먼 곳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으로 떠난다. 후회와 번민의 눈물로 회개하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 성당 제대 앞에 관이 놓이고 관 뚜껑을 열어 놓고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와 지인들이 마지막 인사를 한다. 생전의 모습처럼 누워있는 고인은 평화롭다. 평생 동안 고생한 흔적 없이 그저 편안해 보인다. 영혼은 어디선가 죽어있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고 있으리라.

매일을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살라는 말이 있지만 우매한 인간은 영원히 살 것같이 그렇게 살지 못한다. 교만과 어리 석음 속에 매 순간 죄를 지며 살다가 어느 날 갈 때가 되어 가야 하는 것도 모르고 간다. 매번 이렇게 장례식에 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잘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거룩한 성가가 고요하게 성당에 울려 퍼지며 장례미사가 시작되고 가족들은 슬픔에 몸부림치며 지나간 날들을 떠 올린다. 하루가 백 년 같던 세월도 백 년이 하루 같던 세월도 다 이렇게 지나간다.

겨울이 지나간 봄에는 겨울의 흔적이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자취 또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떠나가고 추억만 가슴에 남는다. 그 잊을 수 없는 추억마저 어느 날부터는 희미해져 잊힌다. 물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오며 가며 없어지고 생겨나고를 거듭하며 반복된다. 오늘은 조문객이 되고 언젠가는 죽은 이가 된다. 알 수 없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 어제와 오늘이 나의 것이고 남의 것이다. 빈 몸으로 와서 수의 하나 걸치려고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던가 하는 허무함이 넘친다.

장례식은 조용하고 엄숙하게 진행되고 조문객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빠진다. 딸의 구구절절한 고별사는 우리 이민자들의 생생한 이민 역사다.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슬픔과 고통과 온갖 애환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는 고인을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고인의 천상 영혼의 안식을 위해 믿고 기도하며 보내드려야 한다.


사랑과 감사와 그리움이 넘치는 곳에 고인이 잘 살아오신 평생의 삶이 보인다. 머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인생길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남겨진 이들은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겨울이 벗겨놓은 가을 나무들의 이파리들은 봄이 와서 다시 고운 옷을 입히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두 손을 모아 고개 숙여 떠나는 이의 명복을 빈다. “안녕히 가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명... 뒤집어 보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