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어 남 주나

by Chong Sook Lee
까치밥 하나가 남아있다.(사진:이종숙)


언제 철들래?
생전 철이 안 드는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나는 아직도 철이 안 들었는지 간혹 엉뚱한 행동으로 일을 저지르고 곤혹을 치른다.
숲을 걷다가 보지 못 하던 길을 보면 가고 싶어 가다 보면 길이 끊겨 갔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하고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매다 간신히 길을 찾기도 한다.


눈으로 보면 생각 없이 덜컥 행동으로 옮기는 나를 남편은 엉뚱해서 겁난다고 한다. 그런 나를 옆에서 여러 번 본 남편이지만 내 말을 들어주고 고생을 한다.
그래도 고생한 뒤에는 추억이 되어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종종 일을 저지른다.


오래전 돈도 없는데 집을 보러 다니다가 집을 사게 되었는데 한번 사겠다고 생각한 나를 말릴 수가 없어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도 모자랐다.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빌리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샀다. 통장에 땡전 한 푼 없어도 집을 사니 갑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막상 일을 저질렀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갑자기 남편이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되어 왕창 돈을 벌게 되었다. 남들은 몇십 년 동안 분할해서 대출을 갚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집값을 갚고 살수록 정이 들어 올해로 32년째 살고 있다. 아이들도 다 잘 자랐고 손주들도 넓은 집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다. 교통도 편하고 집 주위에 나무가 많아 숲 속의 별장에서 사는 것 같아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 뒤로 몇 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정신없이 살다가 보니 사업이 하고 싶어 졌다.
아이들 한창 자라는 형편상 사업은 무리였다.
하루는 남편과 볼일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커피나 마시려고 들렸다.


그분들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전화가 여러 번 걸려오는 걸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수영장에서 식당을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여러 사람들이 전화가 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내가 한번 해볼까요?"
생각 없이 나는 또 일을 저질렀다.
그분은 간단하게 승낙하며 우리가 하면 잘 가르쳐주겠다고 말하며 거래가 끝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식당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돈도 없고 실력도 없는 내가 어떻게 식당을 한단 말인지 남편은 옆에서 말리지도 못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일을 저지른 장본인이니 뒤로 뺄 수가 없었지만 남편의 도움으로 씩씩하게 일을 처리하며 식당을 인수받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 이지만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재미있어 생각지도 않고 시작한 식당을 22년간 했다.
엉뚱하게 일을 저질러놓고 도망갈 수 없으니 열심히 하며 손님들과 친분을 쌓으며 해온 식당을 팔고 나서도 수많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산다.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애쓰는 여러 가지 직업을 보며 식당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든다.
일단은 먹고살 수 있기에 굶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요즘에 코로나로 식당들이 곤란하지만 그때만 해도 식당 문을 열기만 하면 돈 가지고 밥 먹으러 오는 손님이 많았다.
손님들과 웃고 얘기하며 밥해주고 돈도 벌며 즐거운 나날이었다.


살면서 여러 가지 엉뚱한 일을 저질러놓고 걱정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아직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을 보면 철이 들기는 틀렸나 보다.


지난주 수요일 우연히 손주들 다니는 학교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지나갈 때마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손주들이 보고 싶어 여러 번 가서 볼까 말까 생각은 했지만 그냥 지나쳐왔다. 그런데 그날은 마침 지나가는데 쉬는 시간이라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게 보였다.


갑자기 남편에게 손주들 좀 보고 가자고 했는데 평소 같으면 안 된다고 만류할 남편이 그럴까? 하며 동조를 한다. 차를 주차하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장에 들어가는데 가까운 곳에서 손녀딸이 놀고 있는 게 보였다. 이름을 부르며 팔을 벌리니 손녀딸도 반가움에 뛰어와서 가슴에 폭 안겼다. 잠깐의 포옹을 하고 손자를 찾는데 안 보여서 돌아오려는데 봉사 요원 둘이 다가왔다. 지나는 길에 애들이 놀기에 잠깐 얼굴이나 보러 왔다고 얘기했더니 코로나 때문에 안 되는 일이란다.


부리나케 차를 타고 집에 왔는데 오후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절대로 학교에 가면 안 되는 거라고 한다. 괜히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간 것이 오히려 미안하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이틀 뒤에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들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손녀딸 친구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며 당장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검사 예약을 토요일로 해 놓을 테니까 산책도 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서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집에 가면서 장을 보려고 했는데 장이고 뭐고 뒤로 미루고 집으로 가며 생각했다. 고작 1분 정도의 포옹 때문에 코로나 검사까지 받게 되다니 기가 막히다. 아이들이 노나 보다 하고 지나쳐 갔으면 될 텐데 엉뚱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뛰어간 게 잘못이었다. 손녀는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는 바람에 어린 게 검사를 받으며 울고불고 애쓰고 학교도 가지 못하고 2주간 격리를 하게 되었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괜히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이 넘도록 숱한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데도 집에만 있어서인지 검사 한번 받지 않고 잘 넘어갔는데 손녀딸 한번 보러 가서 한번 안아준 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을 따라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렇게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아야만 알아볼 수 있음에 깜짝 놀랐다.


검사 결과는 이틀 뒤에 음성이라고 연락이 와서 다행히 특별한 이상 없이 일이 일단락되었다. 생각나는 대로 무작정 일을 저지르고 살아왔는데 이번만큼은 나도 뜨끔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지만 이제는 철이 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살아도 실수가 많은 세상인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철들어 남 주나?라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철들어서 내게 주는 것을 알아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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