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

by Chong Sook Lee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안고 희망하며 산다. 하고 싶은 것들과 가고 싶은 곳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가지고 싶은 것들.. 그러나 과연 평생 동안 얼마만큼의 꿈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어릴 때의 소박하던 꿈도 젊었을 때의 동키오텔 식의 꿈도 나이 들어 감에 따라 달라진다. 노년의 현장에 서 있는 나의 꿈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제 꿈이 아니라 소망일지도 모른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심과 허상을 버 리고 건강과 마음의 평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 희망하고 소망하며 원하던 것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예전에 생각하지 못한 지금의 나의 삶이다. 사업을 하시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신 아버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기억으로 한때는 공무원의 삶을 소망했었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아 알뜰히 살면서 저축도 하고 집도 장만하며 살면 크게 돈은 벌지 못해도 실패는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인생의 배는 이민이라는 항해로 우리를 이끌었다.

때로는 인생이 회색으로 보일때가 있다 ( 그림 : 이종숙 )


그 후 이민을 오게 되었고 직장생활을 해보니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언어와 기술면에서 장벽이 있는 우리는 막노동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임금이 낮으니 혼자 벌어서는 어림도 없고 직업 하나 가지고 돈을 버는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커가고 집값은 오르고 월세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하니 무리를 해서 집을 장만했는데 주택부금을 내기 위해 한때는 여러 곳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 얼굴도 못 보게 되고 돈 때문에 아니 돈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 되었다. 힘겹게 일을 한 날은 어쩌면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 후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을 얼떨결에 인수하고 우리는 그야말로 팔자에 없는 식당을 하게 되었다. 식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바닥부터 시작하며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2주간의 수련과정으로 식당을 운영함은 힘겨운 일이었다. 오래된 식당이어서 고칠 것도 많고 새로 사야 할 물건도 많았으니 돈을 벌기보다는 쓰기가 바빴다. 첫날 장사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괜찮았다. 이대로 계속 손님이 와 준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위생 검사원이 들이닥쳤다. 접시 세척기의 온도 미달로 수리비가 수입의 몇 배가 들어갔으니 한심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생각이 난다.


왜 이리도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피부색이 다르고 영어도 잘 못하는 이민자가 식당을 운영한다 는 것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친절한 손님도 많았지만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돈을 내지 않으려고 먹을 만큼 먹고 일부러 음식 위에 머리카락을 놓기도 하고 햄버거를 거의 다 먹고 괜한 트집을 잡곤 했다. 그럭저럭 몇 년을 하며 깨달은 것은 나의 능력껏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돈을 왕창 벌 수는 없으니 손해를 안 보는 한도 내에서 아니 이익을 적게 남기더라도 손님에게 친절하자 그리고 많이 맛있게 싸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계속되는 불경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 길 뿐이라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때때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듯 하지만 그 길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인 줄 모를 때가 있다.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길은 많지만 정작 우리가 가야 할길 과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음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알게 된다. 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지만 내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기대를 작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된다. 인간관계도 내 마음 이 상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한 언행으로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며 화를 내기보다는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끌어안는 것이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다.


"버켓 리스트"라는 영화에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삶을 포기하며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현실을 평생 하고 싶던 일들을 하기로 결심하며 하나씩 실천에 옮겨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고 미련 없이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차피 언젠가는 다 떠난 다. 우리의 삶은 기쁘고 슬픈 것처럼 우리의 죽음 또한 슬프지만 복될 수 있는 것이다. 불안해하며 조금이라 도 더 살기 위하여 연명을 위한 삶보다 남은 삶을 멋지 고 값지게 살아야 하겠다. 평생을 살면서 이루어진 꿈도 있고 못 이룬 꿈도 있지만 아직은 체념하지 말아야겠다. 끊임없이 정진하며 꿈을 이루어 후회 없이 떠나는 날을 맞이 한다면 참으로 복된 인생 일 것이 다. 세상사 마음대로 안되지만 마음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목표하며 오늘도 바켓 리스트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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