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선물... 생각만 해도 좋다

by Chong Sook Lee
꽃이 되어 온 선물 ( 사진: 이종숙)



선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분 좋게 한다. 주면서 기분 좋고 받으면서 기분 좋다. 받는 사람이 필요하고 좋아할 것 같은 선물을 골라 예쁘게 포장하고 카드에 좋은 글을 써서 건네줄 때 나 자신이 기분 좋고,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기쁘다. 나는 틈틈이 식구들이나 친구들의 생일 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다. 하나씩 둘씩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적절한 것을 사놓고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선물을 한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서민들에게 조그마한 선물도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마음을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드도 손으로 그리고, 실로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용돈을 아껴서 모은 돈으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선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셨다. 엄마는 누워 계셨고 시골에서 작은 아버지와 사시던 할머니가 오셔서 우리 육 남매를 돌보아 주시고 살림도 해 주셨다. 아직 어린 나로서는 엄마를 위해 무엇도 해 드릴 수 없었지만 학교를 걸어 다니며 차비를 모아 엄마가 다 나으면 신고 다닐 수 있는 따뜻한 털신을 사 드리기로 하였다. 그때 당시 차비는 25원 정도 털신 값은 300원 정도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 추운 겨울 동안 걸어 다니며 모은 돈으로 예쁜 털신을 사드렸는데 구순이 지난 엄마가 아직도 그 털신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면 엄청 기쁘셨던 것 같다. 세월 따라 선물의 모습 또한 많이 변했다. 모든 게 흔해진 지금은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게 되었고 선물을 곱게 포장하며 설레던 그 옛날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서로의 편리를 고려하여 돈을 주고받는 관습이 생겼다.


물건도 색도 크기도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르니 바꾸고 돌려주고 하는 서로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시작된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흔한 세월이 되어 귀한 물건이 없어져 선물을 준비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취향이 다르고 필요한 물건이 다르니 내가 좋다고 생각하여 사다 주면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으로 가서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돈을 받아서 필요한 것을 사는 경우가 대반사가 되었다. 그러니 돈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것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필요 이상의 수고를 덜을 수 있는 좋은 면도 있다. 세상은 이렇듯 변하여 예쁜 상자에 손수 만든 물건을 예쁜 포장지에 정성껏 싸서 주는 것도 옛말이 되었고 살다 보니 포장지로 싼 것만이 선물이 아님을 깨달았다.


우리는 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있고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선물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길은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결혼을 한다. 여름은 날씨가 좋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바쁘고 정신없는 결혼식날 날씨가 상당히 중요하다. 막내 결혼식 며칠 전부터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하며 일기예보를 보니 흐리고 비가 온단다. 날씨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공원에서 하는 결혼식이니 더욱 좋은 날씨가 간절했는데 막상 결혼식날은 완벽하게 화창한 날씨였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특별한 선물인가? 하늘이 준 특별한 선물로 결혼식은 멋지게 끝났다.


식당을 운영할 때 한국에서 캐나다를 방문한 남편의 고향 친구 가족을 우리 식당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손님 중에 한 사람이 밥을 먹던 중 갑자기 고향 친구 가족의 밥값을 대신 내주겠다며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호의를 베풀어 내심 크게 감격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에 우리가 식당을 팔고 정년퇴직을 한 뒤 그 고향 친구의 가족이 또 방문을 하여 이번에는 그들을 다른 식당으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평소에 우리를 잘 따르던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들 자리에 와서 식사를 한 후에 음식값을 내려고 하는데 이미 누군가가 지불했다고 하여 알아보니 그 후배가 우리들 밥값을 이미 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요즘 세상에 생각지 못한 이런 귀한 선물은 살아갈 힘이 된다.


살다 보면 우리 모두는 특별한 선물을 수도 없이 받는다. 내가 주는 것보다 받은 것들이 몇 배나 더 많다. 식당을 팔고 나오던 날 손님들은 우리가 떠남을 너무나 서운해했다. 소식을 듣고 멀리서 가까이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주며 여러 가지 선물로 우리를 놀래게 했다. 구름처럼 몰려와 석별의 정을 나누며 아쉬워하던 손님들의 마음이 지금도 생각난다. 또한 우리의 퇴직을 축하해준 많은 지인들의 깜짝 선물 또한 잊지 못한다. 하늘이 했거나 땅을 밟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났거나 그렇게 우리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산다. 분에 넘치는 선물로 감격하며 사는 맛을 느낀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뜻밖에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2년 전 5월에 안경을 새로 맞췄는데 올해 6월에 안경코팅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해서 안경점에 가서 물어보니 워런티가 2년이라며 지난 5월에 만기가 되어 안된다고 하였다. 나는 실망하여 안경알만 새로 하려면 얼마가 드느냐 했더니 300불이라고 하여 너무 비싼 것 같아서 몇 달을 버텨 보았는데 점점 많이 벗겨져 더 이상 시야가 가려서 쓸 수 없게 되었다. 아무래도 새로 해야 할 것 같아 안경점에 가 보니 안면이 있는 직원이 일을 하고 있었다. “좋은 성탄절을 맞이하세요.” 하며 인사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안경 코팅이 벗겨진 사정 이야기를 했다. 안경과 차트를 보고 '2년 워런티가 지난 5월에 끝났지만 한번 공장에 보내 보겠다 '해서 며칠 후에 새 안경을 받는 생각지 못한 깜짝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300불짜리 의외의 커다란 선물을 받고 보니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세상살이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만나고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첫 번째 안된다고 했을 때 돈을 들여서라도 안경을 했으면 오늘 같은 일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몇 개월 후에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다시 가서 이야기해 본 것인데 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아 기분 좋은 날에 기분 좋은 인사를 한덕을 톡톡히 본 날이다. 어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서 하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했나 보다.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인사는 이처럼 훈훈한 정을 남긴다. 미소로, 목례로 아니면 가벼운 손짓으로 주고받는 정겨운 인사로 기쁨과 행복이 찾아오고 소소한 일상에 누군가가 베푸는 친절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 뜻하지 않은 깜짝 선물로 나를 놀래게 했던 모든 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선물이 있어 힘이 난다. 크건 작건 마음을 표현하며 주고받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와 말없이 잡아주며 용기를 주는 손길 같은 사랑의 선물은 희망을 준다.


그래서 선물... 생각만 해도 살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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