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도 못 자고 끙끙 앓다 일어났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밤새 괴로워했다. 얼마 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낫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진다. 몸져누울 정도가 아니라 쉬엄쉬엄 하며 견디는데 아무래도 병을 기르는 것 같아 의사한테 갔다. 얼마 만에 하는 의사 방문인지 모른다. 의사가 차트를 보더니 1년 반 만에 왔다고 한다. 코로나로 대면 진료가 힘들어지면서 어디가 아프면 견디고 안되면 진통제로 진정시키며 살았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게 아니고 가끔 찾아오는 소화불량이나 신경통 정도라서 상비약으로 해결했는데 심상치 않아 엑스레이라도 찍어볼까 하고 의사를 만났다. 질문을 하고 상태를 얘기하니까 사진을 찍어 보란다.
아프면 진통제 먹고 쉬면 되는 게 통례이듯이 병원에 가면 사진 찍고 며칠 기다리다 사진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연락이 오지 않는다. 환자가 여전히 아프고 견딜 수 없으면 다시 의사에게 약 처방을 받으러 가지만 그때쯤 되면 웬만한 통증은 없어지고 잊히며 세월이 간다. 당장에 죽을병이 아니다 보면 웬만한 통증 가지고 의사를 계속 찾아가게 되지 않는다. 엑스레이를 찍고 살살 움직였는데 통증은 나아지지 않은 채 이삼일을 보냈다. 진통제도 먹고 파스도 붙이며 달래고 하루를 더 보내고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너무 아프다. 배가 아픈 건지등이 아픈 건지 오른쪽 엉치뼈 앞뒤로 심하게 통증이 시작되어 움직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억'소리가 난다.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설 수도 없고 어찌할 수가 없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라서 아프다는 소리만 지르고 일어나 보려고 하는데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편이 응급실에 가자고 하는데 가서 어디가 아프다고 설명을 할 수가 없어 망설인다. 가면 검사하고 의사가 알아서 병명을 알려줄 텐데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엠블런스를 부르기도 뭐해서 그냥 끙끙댄다. 쑤시는 것도 아니고 누르는 것도 아닌데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속에서 들고일어난다. 생전 이런 통증은 듣도 보도 못한 통증이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불끈하고 배가 뒤집히듯 쥐어짜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누울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어 웅크리고 있다가 움직이려면 심한 통증으로 견딜 수 없이 아프다.
몇 년 전에 대상포진이 왔을 때는 칼로 후벼 파는듯한 통증이었다. 혹시 대상포진이 다시 왔나 했지만 아니다. 오른쪽 옆구리 뼈 주위에 근육 속으로 무서운 통증이 계속된다. 간신히 화장실을 다녀와서 누우려는데 너무 아파서 몸을 달래고 웅크리고 누워 통증이 가기를 기다려본다. 나는 나아지지 않는 통증과 메스꺼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편은 병원에 가자고 하지만 쉽지 않다. 살인적인 통증으로 꼼짝달싹하지 못하겠는데 어찌어찌해서 몸을 가누고 쭈그리고 앉았다. 너무 아파서 누우려고 하면 통증은 더 심해진다. 남편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진정이 되지 않을까 하며 우유를 가져와 마셨는데 그 뒤로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밤새 통증에 시달리다가 새벽녘에 우유 반잔 마시고 간신히 견디며 고비를 넘겼다.
어디서 온 통증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살인적인 통증은 사라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결석인지 담낭인지 인터넷을 찾아봐도 모르겠다. 뼈도 아니고 근육도 아니고 뱃속에서 난도질을 하는 것 같다. 일단 무서운 통증과의 전쟁은 끝났지만 언제 다시 올까 봐 무섭다.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데 갑자기 찾아온 잔인하기까지 한 통증으로 고통을 당하고 보니 다시 그런 통증이 올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 시간 이상 계속된 극심한 통증에 잠도 설치며 시달려서 인지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천천히 사는데 이유를 모르는 통증이 방문을 해서 깜짝 놀랐다. 산책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 거리며 환자노릇을 한다. 사람이 건강할 때는 모르는데 어디가 아프면 갑자기 환자가 된다.
모르는 게 인생이라더니 멀쩡하던 내가 한숨 자고 일어나 움직이지 못하고 아파서 방방 뛸 줄 몰랐다. 결석인지 염증인지 모르지만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해야겠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을 알 수가 없는 게 사람이다. 아무런 이상도 없이 평소처럼 허리만 조금 아파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갔는데 몇 시간 뒤에 한마디로 난리가 났었다. 어쨌든 큰일 없이 잘 넘어갔으니 다행이다.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을 뿐 이상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세상일은 어쩌면 다 그렇게 모르고 지나가다 나타난다. 허리가 괜히 아픈 것이 아닐진대 그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설마 큰 병은 아니리라 생각하고 산다. 지금은 아프지 않지만 언제 또 그 무서운 통증이 나를 찾아올지 모르고 그냥 이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세상일이 아는 게 없다. 과학이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해도 인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 단지 바라는 것은 다시는 그 무서운 통증이 나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찌나 심했던지 아팠던 자리가 아직도 얼얼하고 걸을 때마다 울린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더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