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많은 꽃들의 향연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꽃들이 피고 진다.

어제 없던 꽃이 피고

오늘 피어있던 꽃이 진다

봉우리가 피어나고

핀 꽃은 시들어간다


누가 먼저

누가 나중 할 것 없이

피었다 지며 세월 따라간다

봄이 오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간다


계절 속에

꽃들은 살며시 고개 숙여

고별을 한다

다시 온다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 또 오리라 믿는다

어제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안다


질투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앵두꽃이 피니까

사과꽃이 긴장해서

봉우리가 커진다

앵두꽃이 지고

사과꽃이 피니

개나리꽃이 깜짝 놀란다


봉우리를 만들고

꽃을 피우니

그 옆에 있던 장미꽃이

서두른다

장미가 꽃을 피고

라일락이 봉오리를 맺고

예쁜 보라색 꽃이 피면

원추리가 흥분한다


봉우리를 터뜨린 원추리는

주홍색 꽃을 피우며

바람 따라 춤을 춘다

잘난척하며

으스대던 원추리는

기운을 다하여 땅으로 내려앉는다


원추리가

내년을 기약하고 떠나면

온갖 들꽃들이 핀다


노란 꽃 빨간 꽃

하얀 꽃 보라꽃

앞다투며 핀다

개망초가 피고

코스모스가 피고

호박꽃도 덩달아 핀다


질투 많은 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에

봄은 멀찍이 떠나고

여름도 떠날 준비를 한다


질투 많은 꽃이 피고

시기하는 꽃이 지면

세상을 물들이는 가을이 온다

때가 되면

알아서 오고 가는 계절 속에

가을꽃들은 서두른다

겨울 눈꽃이 오기 전에

최고의 모습으로 피어난다




(사진:이종숙)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이 사라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