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사라진 밤

by Chong Sook Lee
(이미지출처:인터넷)



한숨 자고 깼는데

잠이 어디로 갔는지 못 찾겠다.

세상이 잠들어 있는데도

시계는 앞으로 가고 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시계 소리만 크게 들린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가

밤의 정적을 깬다.

남들 다 자고 있는데 이 시간에

어딜 가고 있는지 급하게 간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리저리 다니는

생각을 따라다니면 괜히 바빠진다.

기억은 나를 데리고 다닌다.


추억을 만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을 만나게 한다.

한번 갔던 곳을 다시 가고

옛날에 보았던 영화 장면 속으로 가본다.

잊고 지내던 것들이 하나 둘 떠 올라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운 사람도 만나고

싫어했던 사람도 만난다.


서운했던 날들은 지금도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미안하게 남아 있다.

잠을 더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아 눈을 감고 있다가

어둠 속에서 눈을 떠본다.

암흑 속에서 물건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도 들리기 시작한다.


다들 자는 한밤중이라

죽은 듯이 침대에 누워서

생각과 싸우고 있다.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수십 개의 층계가 보이고

아찔한 낭떠러지가 보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마음의 시간을 몇십 년 전으로 돌려

아이가 되기도 한다.

세월이 빨리 가서

어른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멈출 줄 알았던 젊음은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잠이 사라진 밤에는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영화처럼

잊었던 추억이 살아난다

오지 않는 잠은 찾지 못해도

돌아가고 싶던 시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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