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온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세상사 모든 것이 숫자놀음이다. 어딜 가도 써야 하는 생년월일과 주소와 나이를 비롯해서 숫자가 따라오지 않는 세상 일은 없다. 브런치를 하다 보니 구독자 수와 공유수가 따라다닌다. 숫자가 오르면 으쓱하고 낮은 조회수를 보면 깜짝 놀라던 시기가 지나 신경을 전혀 안 쓸 수가 없지만 그러려니 하며 산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처럼 글 안에서도 수많은 교류가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하긴 하지만 이름만 올려놓은 채 거의 활동이 없다. 브런치 활동도 특별히 하지 않고 하루에 글 하나씩 올리고 있는데 그것 역시 숫자 놀음이다. 관심 작가들과 공감을 주고받으며 새로 올라온 최신 글도 읽어보면 글을 아름답게 잘 쓴다.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여러 방면으로 실력들이 좋다. 솔직하게 말해서 참 부럽다. 그렇다고 그 실력을 뺏을 수도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한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하루 하나'라는 생각으로 매일 올린다. 읽어주면 좋고 공감하면 고맙고 구독해주면 고맙다. 강제로는 할 수 없는데 고맙게도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 댓글을 매번 쓰지 못해도 자주 찾아오는 글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글이 올라오면 다 잘 있다는 안부인사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다 읽지 못하고 날짜를 놓치는 날도 있지만 웬만하면 읽고 공감하며 산다. 읽어서 도움이 될뿐더러 그 글을 쓰고 발행하기까지 마음이 담겨있어 잠시라도 글을 통하여 공감이 되어 좋다. 열심히 쓴 글이라고 다들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쓴 글이라고 시시한 것은 아니다. 공들인 만큼 호응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써 내려간 글이 우연히 숫자를 올려주기도 한다. 숫자가 별것 아니라 해도 다음 메인에 올라가거나 어딘가에 뿌려지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숫자가 없는 세상은 재미도 없을 것 같다. 돈을 얼마나 벌고, 해외여행을 몇 번 갔다 오고,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고, 하는 모든 것들이 숫자로 연결되어 많으면 성공한 것이고 적으면 실패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숫자로 평가되어 가는 게 아쉽다. 일등 아니면 그저 그렇게 취급받는 세상이지만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일등이 아니어도 일등 자격이 있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다 고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회가 없고 때를 못 만나서 그런데 못한다고 치부하기엔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숫자 세상에서 등수 안에 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서 무엇을 월등히 잘하는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삼시 세 끼도 못 먹고사는 사람도 있고 먹을게 너무 많아 마구 버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살면서 살림 장만할 때는 여러 가지를 사다 놓으며 집안을 장식하고 사는데 나이 들어 필요 없게 되면 처분하려고 애쓴다. 따지고 보면 그리 많은 게 필요 없는데도 열심히 모을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사람들과의 인맥 또한 마찬가지다. 전화가 불이 날 정도로 바쁘게 오고 사람들을 아침저녁으로 만나러 다니며 시간이 없어서 멀리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루라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 구경을 못한다. 전화도 하지 않고 톡으로 한다. 아무 때나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는 것도 민폐가 되어간다.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놀았는데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숫자로 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아무런 교류가 없다가 지난주 토요일에 노인회 소풍이 있어서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노인회 주최 측에서 풍성하게 바비큐 준비를 해서 점심도 맛있게 먹고 선물까지 받아가지고 왔다. 못 만나던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역시 끼리끼리 를 빼놓을 수 없는 게 조금 서운한 일이지만 각자 친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연하긴 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하하대기도 하고 부부간에 앉아 말없이 밥을 먹는 사람도 눈에 뜨였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는 시기라서 평소에 아는 사람이 많아도 조용히 식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숫자로 따지면 친구도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선물을 받는데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는 것도 코로나가 만들어 준 것이다. 많이 모이지 않고 떨어져서 남녀 모두 주먹 인사를 한다.


못 만난 시간 동안 암으로 갑자기 부인을 떠나보낸 지인을 만나 위로하는 시간도 가졌고 아프시다던 형제분들도 만나 보니 반가웠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도 있고 백신 2차까지 다 맞았다고 맨얼굴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누가 아프거나 세상을 떠나면 의례히 찾아보고 살았는데 코로나로 모든 게 정지되었다. 사람을 많이 아는 사람도, 친구가 많은 사람도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했다. 숫자놀음도 코로나 때문에 소용이 없게 되었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좋은 날을 기약하는 것뿐인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그것도 시들해져 간다.


숫자가 많으면 좋은데 숫자가 전부는 아니고 얼마나 진실한지가 더 중요하다. 끼리끼리도 좋고 혼자도 좋은 시대가 되어간다.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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