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해는 다시 떠오르는데 내일은 모른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사람은 특별하기를 원한다. 남과 다르기를 원하고 남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쌍둥이도 모습은 같지만 성격이나 재주는 다르다. 이미 다른 사람들끼리 사는 세상인데 다르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얼까? 잘나고 똑똑해 보여도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고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오히려 잘난 체하고 앞장서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결점 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욕심 많고 고집스럽고 남을 무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내 세우고 인정이 없다. 잘나고 못나고는 겉으로 보이는 작은 모습이다. 다른 환경과 풍습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다 다른 기준이 있다. 인종차별이 죄인 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고 남을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으며 사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듣던 말던 떠들어 대는 사람은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섭도록 말이 없는 사람은 입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싫어하거나 말거나 남을 돕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은 그게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세상에는 잘하고 못하는 일의 기준을 정할 수 없고 잘나고 못난 사람의 기준도 정할 수 없다. 못 난 사람도 사랑받고 살고 잘생긴 사람도 천대받고 산다. 겉으로 보기에는 짝도 없고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세상에 없는 큰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도 있다. 특별하지 않고 평범해도 인간 모두는 특별하다. 세상이 자연을 닮으면 시기 질투하지 않고 사이좋게 살며 평화를 누릴 텐데 서로 잘난 맛에 싸움이 멈추질 않는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더 잘난 사람 꼴을 못 보고 실력 좋고 재주 좋은 사람은 더 나은 사람들을 이기려 한다.


세월 속에 세상을 따라간다. 잘난 사람은 나름대로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못난 사람은 나름대로의 기쁨을 가지고 살아간다. 돈이나 지식이 있던 없던 사람들은 희로애락 속에서 지지고 볶으며 산다. 어제 괴로웠어도 오늘 괴로움을 잊고 행복을 찾아 나서고 오늘 웃던 사람도 어느 날 아픔에 시달리기도 한다. 잘났다고 큰소리치고 안하무인으로 살던 사람도 병에 걸려 신음하기도 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는 경우도 많다. 세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사는 게 좋은 건지 죽는 게 현명한 건지 이리 보면 행복하고 저리 보면 불행한 게 인간의 삶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대접 한번 받지 못하고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하며 살다가 생을 마치는 사람이 많다. 앉아서 보는 세상도 비참한데 실제로 겪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일은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원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사람으로 태어나 온갖 고생을 하며 사는 사람이 세상에는 엄청 많다. 고통으로 울부짖으면서 목숨을 어쩌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람의 목숨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운명을 따른다. 죽기로 마음먹어도 죽을 수 없고 살고 싶어도 죽는다. 몸이 건강해도 마음이 병들어 죽음을 택하고 병들은 몸으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 인생사다. 병이 들어 어린 자식을 두고 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평생토록 고생하며 모아 온 재산을 사고로 다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삶은 지속된다. 지금 고통받는 사람은 전생에 죄가 많다고 하고 지금 슬픈 사람은 다음 생엔 슬프지 않기를 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방황한다. 지옥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비규환의 모습이 되어가는 세상이 무섭다.


아무도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는데 세상은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악의 세력은 점점 강해지고 사람들은 죽어간다. 잘살기 위해 살아왔는데 세상은 점점 황폐되어 간다.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살기 위해 죽이고 죽기 위해 또 죽인다. 무엇이 목적인지 모르고 산다. 코로나로 세상이 뒤집어지고 탈레반의 행패로 나라가 위기를 맞아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한쪽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삶이 이어진다. 지진이 난 곳에 홍수가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몰래 숨어서 술판을 벌이며 살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세상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특별하기를 원해도 세상은 자꾸 변한다. 없는 듯이 살 수도 없고 세상을 휘어잡을 수도 없이 세상 따라 살아야 한다. 때가 되면 오고 때가 되면 가는 자연이 부럽다.


아무리 많아도 다 놓고 떠나고 아무리 힘들어도 기다리며 사는 자연이 좋다. 자연을 이겨 보겠다고 자연을 파괴한 인간은 갈 곳이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 이상기온은 세상을 뒤바꿔 놓았다. 뜨거운 열대지방에 눈이 내려 원두 콩이 다 얼어 커피값이 터무니없이 오른다는 소식이다. 산불이 나고 폭염으로 가물고 지진이 나는 자연재해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지구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은 모른다. 평화를 위장한 땅뺏기가 버젓이 행해지는 현실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재앙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저문 해는 다시 떠오르는데 지구 저편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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