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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는 소리, 계절이 오는 소리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세상을 내려다보는 하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심한

유심한 듯 흘러가는 저 구름은

어디로 가는 걸까

짓궂은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어대고

나뭇잎은 바람 따라 춤을 춘다

예쁘게 피었던 꽃이

비바람에 떨어지고

파랗던 열매는 빨갛게 익어간다


열심히 꿀을 모으던 벌 나비도

줄을 지어 다니던 개미도

겨울을 준비한다

수많은 들꽃도 사그라지고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은

연인들의 책갈피에 뉘어지고

할머니 손바닥을 닮은

메마른 낙엽은 방황하며

골짜기를 메우고 겨울잠을 잔다


파랗던 하늘을 검은 구름이 덮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더니

비가 내린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비가

오래 올 것처럼 주룩주룩 내린다

좍좍 내리던 비가

갑자기 시침을 떼고 뚝 그친다

온 것처럼 딴청을 한다


구름은 다시 어디론가 가고

파란 하늘은 다시 얼굴을 내민다

햇볕은 덩달아 세상을 비추고

눈부신 태양은 세상을 내려다본다

그러더니 심심한 구름이

하늘을 다시 덮고 비를 뿌리며

세상을 적신다


오고 싶으면 오고

있고 싶으면 있지

무엇을 그리 망설이는지 모른다

같이 있어도 되는데

함께 가도 되는데

왔다 갔다 하며

심술을 부리는 건 무언가

멀쩡하던 하늘이 또 어두워진다


여름이 간다

변덕스럽고 심술궂게 간다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뿌리고

바람을 불어대며

구름으로 해를 가로막고

들랑날랑하며 여름이 가고

아름다운 가을이 온다

울긋불긋한 단풍 되어

사랑을 안고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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