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계절 안에 우리네 삶이 있다
by
Chong Sook Lee
Sep 9. 2021
(사진:이종숙)
며칠 사이로 세상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생각했는데
숲은 완연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노랗고 빨갛게 예쁜 옷을 입고
최고의 모습을 하고 어서 오라 손짓한다.
꽃이 예쁘다고 하지만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다.
꽃도 단풍도 기력을 다하면
떨어져 세상을 덮는다.
어느새 많은 이파리들이
낙엽이 되어 숲길에 누워있고
계곡물을 따라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가는 길이 어디일까 궁금하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쉬었다 가고
빠른 물결을 따라
더 넓은 곳으로 가리라.
웅덩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산책하는 사람들 신발에 붙어
같이 산책도 한다.
단풍잎 하나가 같이 가자고
어깨를 살며시 두드린다.
곱게 물든 이파리다.
한 세상 잘 살았다고
후회 없다 고 말하는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봄에 태어나
사랑하며 살다 가기에 미련도 없다고 한다.
바람이 불어온다.
이파리들이 춤을 추며 떨어진다.
어떤 것은 골짜기에 떨어지고
어떤 것은 계곡에 떨어진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떨
어진
곳에서
다시
시작된
다.
사람들에게 밟히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대로 굴러가기도 하고
웅덩이에
파묻힌 채 추운 겨울을 맞기도 한다.
사람의 삶도 자연과 다름이 없다.
봄에는 싱그럽게 피고
여름에는 멋있게 자라고
가을에는 아름답게 살아가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을 맞이하는
숲 속에는 인생이 있다.
늙지 않는 사람이 없고
가지 않
는 사람이 없다.
한번 세상에 나왔으니 언젠가는 간다.
오는 길
이 험해도 와야 하고
가는 길
이 싫어도 가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운하지만
새로운 계절을
맞는 것은 늘 설렌다.
해마다
본모습이지만 새롭고
오면 반갑고 가면 서운하다.
계곡물이 시냇물처럼 조용히 흐른다.
물이 많지 않아 발을 담그고 앉아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계곡을 끼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지난날들을 생각해본다.
기다리던 날도 왔다 가고
하루가 길었던 날도 지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시간도
오고 간다.
계절 안에 우리네 삶이 있다
(사진:이종숙)
keyword
가을
단풍
삶
94
댓글
7
댓글
7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구독자
2,87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꿈을 꾸고 꿈을 깨며 만남이 이어진다
사진속에서 그녀는 웃는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