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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일하는 행운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왜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싫어할까?

평범한 매일매일의 일상이 시시하다고 한다.

먹고 자고 일하고 사는 게 지겹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시시하고 지겨운 일상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먹고 자는 것도 못하고

일거리가 없으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 잠을 자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는데 못하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예전에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신경을 쓰면 입안이 허는 병을 달고 살았다. 배는 고픈데 입병 때문에 울면서 먹어야 했다. 특히나 김치같이 맵고 짠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하얀 밥을 물에 말아서 우물우물하다가 삼켜야 한다. 처음에 생길 때 소금물로 입안을 씻어주면 나아진다고 하지만 한번 생긴 입병은 조금씩 커지며 쉽사리 낫지 않는다. 결국 커다랗게 헐어서 너무 아파서 입이 삐뚤어질 정도가 된다.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며 만사가 다 귀찮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가 되어서 일을 하다 보면 온몸이 다 아프다. 그러기를 며칠 하면 심신이 녹아드는 것 같아 고통스러워 재발 다시는 입병이 나오지 말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잠도 그렇다.

매일 잠을 자야 활동을 하는데 잠을 못 잔 날은 피곤하다.

자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깨서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꼬박 새우고 나면 그다음 날은 하루 종일 몽롱하고 눕고만 싶은데 누울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그까짓 잠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잠이라는 게 의외로 까다롭다.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잠이 안 오고 잠을 방해하는 음료를 모르고 마시면 밤이 깊어질수록 눈은 또랑또랑 해진다. 커피나 카페인 있는 음료수를 못 마시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입에서 좋아서 마시면 영락없이 밤을 새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 따끈한 커피나 핫 초콜릿을 마시던지 아니면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 좋을 텐데 마시면 큰일 난다. 잠이 도망가던지 잠을 도둑맞는다.

그러니 자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먹는 것 마시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요즘에 포장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잘 보아야 한다. 고기 연해지라고 콜라를 넣어 파는 경우가 있다는데 식 한번 잘못하면 불면증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카페인만 안 마시면 머리를 베개에 대기만 해도 잘 자는데 무언가를 잘못 먹거나 마시면 그날은 잠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거리가 있어야 일을 하는데 할 일이 없어서 일을 못할 때는 정말 답답하다. 일을 안 하면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되는데 코로나로 인한 불황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늘고 있는데 대책이 없다. 경기가 침체되고 코로나는 극성을 부려 4차 유행이라는 악재를 불러온다. 정부는 해결책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가 아니고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라는 변이종이다. 나라마다 코로나 유행을 잡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쓰고 있지만 장마철 물같이 불어나는 확진자를 막을 수 없어 쩔쩔맨다.


어제 이곳에도 결국 4차 유행의 급박함 을 알리는 긴급상황이 전해졌다. 마스크 의무화를 강화하고 여러 장소의 인원을 규제하며 너무 일찍 완화한 것을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상은 점점 미쳐가고 사람들은 갈 곳을 잃어 무엇이 옳은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일자리가 없으니 당연히 물건값이 치솟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잔인한 범죄가 늘어나고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하루하루 죽어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교류 없이 살아가는 세상은 죽은 세상이다. 거리두기로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고 피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나도 모르게 앞사람과 가까워졌는데 앞사람이 질겁을 하는 모습을 보며 기가 막혔다. 전염병 환자도 아닌 사람들끼리 서로를 혐오하고 피하며 거부하게 만드는 코로나라는 균과 함께 살 날이 멀지 않았다는데 특별한 대책은 없다.




정치인들은 정권을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선거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고 각 정당끼리 서로 욕을 하며 대항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먹고살기도 힘든데 투표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당이 되었던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서민을 위한 정치라고 떠들어 대지만 현실은 부자를 위한 정치를 한다.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몇몇 사람이 이끄는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이끌어지는 세상이다. 일 안 하고 안 벌고 안 쓰고 살 수 없기에 세상은 더욱 악랄해진다. 사기가 범람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며 피눈물을 흘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기전화가 걸려온다. 손가락 한번 잘못 누르면 앉은자리에서 눈 깜빡할 사이에 사기를 당하는 세상이다. 어린아이들이 무지막지한 범행을 저지르고 부모 자식 간에 악행이 만행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현실이다. 마음 따뜻한 뉴스를 전해 들으며 인정이 넘치던 세상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일거리는 없고 물가는 오르고 먹고살기 힘들고 근심 걱정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먹고 자고 일할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아야 한다. 먹고 자고 일할수 있는 것은 시시한 게 아니고 삶의 전부다. 사람들은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한다. 결국 그 말은 지옥에 산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삶은 지옥이다. 지옥에서 견디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고 먹고 자며 살아야 한다.


사는 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열한 전쟁이다. 취미생활과 해외여행 그리고 화려한 영화에서의 삶은 단지 우리가 원하는 삶일 뿐 현실은 될 수 없다. 먹고 자고 일하고의 평범한 삶은 시시한 것도 괴로운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들이 모여 세월을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 누군가에게 그 하루라는 시간은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잘 가라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먹고 자는 일이 때로는 생사를 오가는 일이 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세상만사 떠도는 구름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억지로 되는 것도 없고 되돌아갈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순종하면서 산다. 먹고 자고 일하는 행운을 잡자.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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