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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되어 그리움 되어...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깜깜한 밤

하늘이 통곡을 하며

세상을 때린다

구름을 빠져나온

바람과 비가 몸부림치며

얼싸안고 춤을 춘다


지붕을 때리고

창문을 두드리고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어디로 가는 건지

순식간에 도랑을 만들며

하수구로 몰려 간다


온갖

세상의 더러움을 닦아내고

마른땅에 물을 주고

죽어가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세상을 살려낸다

달빛이 비에 가려

희미해지고

구름은 별들 마저 감춰 버렸다


나무들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감사의 노래를 한다

한해의 노고를 풀어놓고

이제는 떠나야 하는 계절이

사랑을 기억하며 이별을 한다


슬픔도 사랑도

다 쏟아낸 하늘은

다시 숨겨놓은 달과 별을

보여주고

미련 없이 사랑했던

날들을 이야기한다


어제의 아픔은

오늘의 기쁨이고

오늘의 후회는

내일의 희망이다

쏟아놓은 눈물은

세상을 살려 낸 생명의 물이다


가슴속에 피어나는

그리움이 꽃이 되고

말하지 못했던 고백은

추억 속에 묻힌 채

또 다른 날의 이름으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비가 온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비가 되어 세상에 온다

그리움이 되어

사랑이 되어

한밤중에 가을비 되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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