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월의 흐름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봄이 그렇게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났듯이

세월은 침묵 속에서

자리바꿈을 한다


가는 여름

오는 가을

그토록 뜨겁던 여름

떠날 준비를 한다


풀들은 메말라가고

열매들은 익어가고

씨앗들은 영글어 간다

하늘은 높아만가고

들판은 황금색으로 출렁거린다


나뭇잎들은

힘없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땅을 쳐다보고

아직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듯

차분히 자리를 지킨다


덧없이 보내버린 세월은

후회와 미련을 남기고

아쉬움 속에 사라져 가고

새로운 세월은

희망과 기대로 다가선다


아침은 저녁이 되고

하루하루가 어느새 열두 달이 되고

년 이년이 수많은 세월의

흐름 속에 바뀌어 간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그 무엇이 되고

소중하다 생각했던 그 무엇은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달으며

우리 모두는

그렇게 세월 속에 묻혀간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을 따라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다는 게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