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야생동물이 되어 본다. 숲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산짐승처럼 나무를 헤치고 오르내리며 나가는 길을 찾아 헤맨다. 발발 떨며 오르내리며 안간힘을 써서 다리가 후들후들 한다. 오금이 저리다는 말이 생각난다.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보이고 나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숲 한가운데서 길도 없는데 야생동물을 만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만일을 대비하여 남편이 커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주어 들고 앞으로 걷는다.
그토록 찾던 길이 앞에 보인다. 길이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이제 이 길을 따라 집으로 가면 된다.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보통 때 산책로를 걸으면 15분짜리 노선인데 숲 속을 오르내리며 찾아온 길이다. 멀리 보이던 다리를 건너서 숲을 빠져나온다. 숲 속에서 인생을 배운 하루였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고 한번 잘못 들어선 길로 인생은 달라진다. 하늘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길로 들어가서 헤매던 날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