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르고 찢어져 갈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가엾어 보인다. 한때 건강하고 멋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초라한 모습이다. 여기저기 기대고 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애처롭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살기 위해 사는 건지 죽기 위해 사는 건지 애쓰고 산다.
굴러다니는 낙엽과 다르지 않다.
새싹으로 세상에 나와 좋은 세월을 보내고 가을을 맞아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떨어져서 흙으로 간다.
사람과 다르지 않다.
태어나서 축하를 받고 사랑을 받다가 혼자서 세상의 파도를 헤쳐 나간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생활에 여유가 있어도 삶은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는 어린데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며 생활해야 하는데 사회는 그리 녹록지 않고 만만하지도 않다.
부모가 되지 않으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없다.
한 아이를 낳아 기르며 성인이 되기까지는 말할 수 없는 고난을 겪으며 산다. 드라마나 영화로 보는 삶의 모습은 공상도 있지만 처절한 현실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고통은 길다.
어릴 적의 경험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사는 사람은 살아갈 희망이 전혀 없어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감성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순간의 감정으로 남자를 알게 되고 임신을 한다.
임신 소식을 알고 남자는 인생을 망쳤다고 하며 둘만의 시간을 원한다고 임신중절을 요구한다.
여자는 끝내 아이를 낳고 남자는 술을 먹고 물건을 던진다.
때리지는 않지만 물건을 던지며 겁을 준다.
수차례 참아오던 여자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남자를 두고집을 나간다.차 소리에 깬 남자는 어리둥절하며 여자를 붙잡지만 여자는 차를 몰로 한없이 어디론가 간다.
더 이상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나온 길인데 세상은 너무 무정하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지갑에 있는 돈은 바닥이 난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에게 간다. 남자 친구와 함께 지내는 엄마는 오래전 남편(여자의 아버지)과의 불화와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딸을 데리고 가출한후에그림을 그리고 창작을 하며 예술인이 되어 생계를 이어가면서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여자는 비참한 그녀의 엄마의 삶을 걷는 자신을 본다.
어린 딸을 데리고 가출하여 청소부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아이는 아프고 아이를 봐줄 사람은 없고 돈은 없고 일은 해야 한다.갑자기 집을 나가 아이를 빼앗긴 아이 아빠는 양육권을 위해 아이를 빼앗지만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되고 둘이 번갈아 보기로 일단락됐다.
삶이 무엇인지 아이를 위해 온갖 더럽고 치사한 일을 다 겪으며 살아가는 여자의 삶은 비참하다 못해 가슴이 찢어진다.
계속되는 그녀의 삶은 살기 위해 죽어가고있다.
엄마를 때린 기억으로 아빠를 미워하는 여자는 공황장애로 괴로워하고 곰팡이로 둘러싸인 집에서 살며 아기는 고통스러워한다. 아무것도 되는 게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살아간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걸하지만 아무것도 받을 수 없어 쓰러지지만다시 일어난다.
남의 집 청소를 하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주위를 살피고 엄마를 때리던 친정아빠가 친절하게 다가오고 친정엄마의 남자 친구는 친정엄마의 집을 팔고 도망간다. 어쩔 수 없이 알코올 중독자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며 불안에 떨며 일을 해야 하는 그녀는 웃는다. 어린 딸을 사랑하기에 힘든 일을 할 수 있고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녀를 좋아하는 친구의 소개로 깨끗한 환경을 갖춘 유치원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동네에 거주 주소가 필요하다. 동네를 돌면서 세를 얻어보려고 하지만 보조금을 월세로 받을 수 있는 집이 없다. 청소를 해주고 정원을 가꿔주며 모자란 돈을 내며 살게 해달라고 사정을 한다. 간신히 승낙을 받고 열심히 일을 하는 그녀가 고마워서 주인은 아이 생일 파티를 그들 정원에서 하라고 한다.
식구들이 와서 파티를 하며 술에 취한 엄마와 전 남편이 집과 정원을 망가뜨리는 사고가 나고 그녀는 그 집에서 쫓겨난다.좋은 유치원을 찾고 직장을 잡고 행복해하는 순간도 잠깐, 딸 생일날 그녀는다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행복한 순간은 그것으로 끝이 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원래는 딸의 생일 파티를 공원에서 식구들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집주인이 제안했을 때 거절했으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간신히 얻은 행운은 그렇게 그녀를 또 다른 삶으로 이끌고 간다.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관계를 맺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사는 파란만장한 여자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삶도 계속된다.운명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또 다른 길이 펼쳐진다.
가을비는 여전히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낙엽은 머물 곳을 찾아서 방황한다. 그녀의 삶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