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하는... 낮과 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잠이 깼다.

세상이 깜깜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밤새 세상을 지키던

별과 달 그리고 가로등이

새벽을 기다리며 졸고있다.


낮이 할 일을 하고 쉬면

밤은 세상을 밝히며

낮과 밤이 돌아간다.

세상 만물이 하루를 사는 동안

어둠을 지키는 달과 별은

밤을 준비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을 지키기 위해

뜬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해가 뜨기 전의 세상은 어둠의 세상이다.

어둠이 세상을 차지하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침은 때가 돼야 온다.

기다린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밤이 할 일을 다 끝내고 가기 전에는

누구도 어둠을 벗겨내지 못한다.

밤이 스스로 떠나가기 전에는

밀쳐내지 못한다.


날이 서서히 밝아온다.

새빨간 태양을 앞세우고 온다.

밤새 밤을 밝힌 달과 별은 서서히 빛을 잃고

희미해진 모습으로 사라져 간다.

가로등도 덩달아 고개 숙이고 잠을 잔다.


해는 동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세상에 나온다.

어둠에 쌓여있던 세상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어둠이 벗긴다.

밤이 할 일을 다하고 떠난 세상은

낮이 차지하고 세상을 밝힌다.


자취도 없이 사라진 밤을 찾을 수 없다.

별은 어디론가 꼭꼭 숨어 버리고

급히 달아나던 달은

아직도 희미하게 서쪽하늘에 떠서

그리웠던 해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어둠은 이제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둠 속에 사는 모든 것들은

낮을 피해 사라져 없어졌고

오직 낮 만이 존재한다.

낮과 밤은 서로 만나지 못한다.


낮에는 밤이 보이지 않고

밤에는 낮이 보이지 않는다.

만날 수 없는 운명 속에

서로를 지키며 돌고 돌아야 한다.

보고 싶어도 못 만나고

기다려도 만날 수 없는 운명 속에

그리워해야 한다.


밤이 낮이 되어도 안되고

낮이 밤을 차지할 수도 없다.

밤은 밤의 길을 가야 하고

어둠을 지키며 산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어둠의 삶을 지켜야 한다.


어둠은 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해가 떠오른다.

세상은 다시 밝아지고

밤의 흔적은 사라졌다.

새날이 밝아 온다.

달과 별이 피곤한 몸을 뉘이며

밤이 올 때까지 잔다.


낮과 밤의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찾지 못하고 찾을 수 없는 인연 속에

밤은 어둠을 지키고

해는 어둠을 파헤친다.

어둠 속에 묻힌 세상을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벗겨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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