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야 합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있는 것을

다 털어버린 나무를 바라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게 빼곡하던

나뭇잎들은 이제 마음을 비우고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내려놓으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합니다


떨어진 낙엽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합니다

바람이 갈길을 알려주고

오는 길을 보여주어도

차마 그냥 갈 수 없어

주저하며 길에 머뭅니다


뒤돌아 보며 가지 못하는

낙엽을 쓸어 담으며

남아있는 쓸쓸한 가을도 쓸어 담아

떠나간 계절을 기억하며

무심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세월도 어쩌지 못하는

계절의 아픔을

그리움으로 안아주고

떠나야 하는 가을을

살며시 놓아줍니다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는

누렇게 퇴색한 풀들이

지쳐서 넘어져 있고

계곡물은 조금씩 얼고

허전한 나무들은

옆구리에 버섯을 기릅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찾아와서 함께 놀자고 합니다

전혀 모르는 모습으로

다가와 옆에 앉고

물속에 담긴 돌멩이들이

얼음 속에 잠깁니다


삶을 잃어버린 자연이

계절에 순응하며

화려하던 어제를 추억합니다


어제를 쓸고

낙엽을 쓸며

가을을 쓸어 담을 때

가슴속에 남아있는 후회도

버릴 수 없이 찾아오는 미련도

낙엽에 묻어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계절 안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지나간 얼굴은 잊히고

새롭게 찾아오는

빛나는 새 얼굴로 가슴을 채웁니다

눈부심으로

다시 찾아오는 날을 위해

깊은 포옹을 하며

이제 가을을 보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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