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하루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심심한 까치가

뜰을 걸어 다니며 놉니다

심심한 나는

까치가 노는 것을 바라봅니다

할 일은 많은데

하기 싫어 창밖을 봅니다


낙엽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늦게 핀 해바라기는

지난밤 추위에 얼어

고개 숙인 채 텅 빈 화단을 지킵니다

하늘은 세상을 내려다보고

기운 빠진 솔방울은 떨어집니다


집은 많은데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지

꼼짝하지 않고 삽니다

시끄럽던 참새들은

어디로 가서

그나마도 너무 조용합니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차들도 오고 가지 않고

세상이 침묵합니다

할 말이 너무 많은가 봅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이 없는데

한쪽에서는 좋은 일을 합니다

시끄럽게 짝을 부르는 까마귀도

오늘은 피곤한지 외출을 안 하고

심심한 나는 창밖을 봅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손이 싫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냥 창밖이나

보고 싶다고 합니다

지붕에 서리는 녹지 않고

여기저기 눈 소식이 들려옵니다


눈이라도 오면 좋겠습니다

더러운 것을 덮어주면

세상이 깨끗할 것 같습니다

전쟁과 전염병이 끊이지 않고

사재기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갈팡질팡 합니다


라면을 사다 놓고

기저귀를 사다 놓고

생필품을 사다 쌓아 놓는다는데

괜히 마음이 심란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염병이 끝난 줄 알고

사람들은 몰려다닙니다


심심한 까치는

소나무 가지에 앉아 두리번거립니다

심심한 나는

까치가 노는 것을 바라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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