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싫어하던 나는 빵순이가 되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아침으로 빵을 먹는 세월이 40여 년이 된다. 그런데 빵이 다 떨어진 것을 어제저녁 늦게 알았다. 빵이 없으면 밥을 먹으면 되고 시리얼을 먹어도 되는데 갑자기 빵이 없는 것을 알게 되니까 빵이 더 먹고 싶다. 사람이 돈이 없으면 배가 고픈 것처럼 빵이 없다 생각하니 너무 빵이 먹고 싶어 당장이라도 사러 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아무래도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쁘다. 구석에 놓아둔 빵 기계를 꺼내 재료를 넣으니 기계가 다 알아서 한다. 섞고 돌리며 반죽을 하더니 부풀리고 다시 돌리며 반죽을 하며 다시 부풀려진 반죽을 굽기 시작한다. 온 집안에 구수한 빵 냄새가 진동을 한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꺼내서 버터를 살짝 발라 놓으니 간단하게 빵이 완성되었다. 기계가 있는데도 빵을 사다 먹었는데 갑자기 빵이 떨어져 만든 빵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앞으로는 빵을 만들어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어지러운 나는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빵이 먹기 싫어서 간단하게 미역으로 죽을 끓여서 먹으며 조금씩 양식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한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고 몇 가지 있다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았는데 의외로 양식은 가격도 싸고 요리 방법도 간단했다. 고기와 감자 그리고 삶은 야채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니 반찬이 없어도 먹을만했다. 배추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양배추로 김치를 해 먹으며 이곳에 있는 야채를 한국식으로 만들어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있어 굳이 비싼 한국식품을 사지 않아도 되었다. 세월이 가면서 이곳에도 아시아 음식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생선을 사다가 소금에 절여 먹고 무를 넣고 조려 먹으며 한식을 흉내 내서 먹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상이 편해진 지금이야 다 준비된 음식을 사다가 데워 먹고 오븐에 넣어 익혀 먹으면 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날이 올 줄 몰랐던 시대였다. 묵을 쑤려면 녹두 콩을 불려서 믹서에 갈아서 가라앉힌 녹말로 묵을 쑤었다. 요리책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이민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음식을 하나하나 배우던 옛날이었다. 엄마가 묵을 쑤시던 기억을 더듬으며 녹두 콩을 불려서 갈아놓고 가라앉은 녹말가루 대신에 콩물로 묵을 쑤려는데 몇 시간을 끓여도 묵이 되기는커녕 점점 더 묽어지는 실수를 하며 결국 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우연히 어른들 모이는 자리에 실수 이야기를 했더니 바닥에 가라앉은 녹말가루로 묵을 쑤어야 하는 것을 알았다. 요즘에야 묵가루 가 나와 간단하게 묵을 쑤어 먹지만 그때는 그것조차 없었다.


그렇게 배운 묵을 행사가 있거나 잔치가 있을 때마다 쑤어 묵 잘 만드는 선수가 되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해먹기도 귀찮아지는 세월이 되었다. 기껏해야 아이들이 오면 한두 번 만들어 주고 손님을 초대할 때 묵을 만들어 먹는 특별한 요리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한국 식품점에 가면 없는 게 없다. 반찬도 만들어져 나오고 곰탕부터 순두부찌개까지 다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요리를 할 줄 몰라도, 요리를 하기 싫어해도 먹고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이제는 만들어 먹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간편하고도 맛있는 음식이 많다.


맞벌이 부부가 살아가는 현대 생활에 요리를 꼭 여자가 하지 않고 남자나 독신들이 편하게 살게 만들어졌다. 코로나의 지속으로 일인을 위한 음식이 개발되어 아무 때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하여 먹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하여 물가가 폭등하여 사재기가 시작되며 가격은 한없이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들으면 걱정이 된다. 물건을 사다 쌓아 놓는 것도 한도가 있다.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괜히 잘못 사다 놓으면 버리기 십상이니 비싸더라도 그때그때 사야 한다.


2000년이 되면 세상이 뒤집힌다는 말을 듣고 여러 사람들이 대비를 했는데 아무 일 없이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물건들은 결국 못쓰게 되어 쓰레기가 되었고 재활용품으로 재탄생한 것들도 많다. 내일을 준비하며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며 살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음식 대신에 비타민으로 대처 가능한 세상이 올 것 같다. 기계 속에 파묻혀 기계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물건을 사다 놓을 수는 없지만 재료가 있으면 간단한 음식은 만들어 먹으면 된다. 우연한 기회에 빵을 만들어 보니 치솟는 물가라고 속상해할 것 없이 손이 많이 가도 만들어 먹는 재미도 괜찮을 것이다.


한동안 홈 메이드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든지 집에서 만든 것을 사람들이 선호하여 힘이 들어도 직접 만들어 손님 대접을 하며 이런저런 그릇과 기계를 사다 놓았다. 사다 놓은 기계를 몇 번 쓰지도 못했는데 세상은 바뀌어 갔다. 외식문화로 바뀌어 손님을 식당으로 초대하며 집에서 음식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다 보니 몇 번 밖에 쓰지 않은 기계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다. 아무 때나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는 세상이 되어 좋아했는데 코로나는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물가는 비싸지고 있으니 다시 홈메이드로 돌아가야 하나보다. 사다 놓은 기계를 다시 꺼내어 놓고 빵도 해 먹고 감자튀김도 해야겠다.


돈 주고 사 먹으면 편하고 좋은 것은 알지만 시간이 넘쳐나는데 심심풀이로 만들어 먹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빵 덕분에 오랜만에 집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 빵을 싫어하던 나는 어느덧 빵순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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