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깨끗하면 지구도 깨끗하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며칠 동안 눈에 거슬리던 냉장고를 정리한다. 먹을 것을 찾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막상 꺼내놓으면 상으로 하나 가득한 냉장고의 비밀을 알고 싶다. 뭐가 그리 많은지 넣을 때는 생각 없이 집어넣고 잊어버린다. 먹다 만 반찬들이 여기저기서 먹어주기를 기다리며 나를 바라보지만 이리저리 밀어놓고 새로 만들어 먹는다. 언젠가는 먹으리라고 생각만 있을 뿐 시간이 간다. 주먹만 한 찬밥 덩어리 몇 개 넣어 볶음밥을 해 먹고 조금씩 남아있던 국을 모아서 잡탕 찌개를 끓여서 한 끼 해결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냉장고에 자리가 생겨 여유가 있다.


별것도 아닌데 소중한 것처럼 모셔놓고 냉장고를 채우며 산다. 꺼내보면 시시한 것뿐인데 왜 그리 버리지 못하는지 모른다. 김치와 양념 몇 개에 마시는 것 몇 개 있을 뿐인데 냉장고는 정신이 없다. 아무것도 넣어놓지 않으면 깨끗할 텐데 정신없어도 먹을 게 있어야 하니 보이는 대로 생각 없이 집어넣고 산다. 그래도 다 꺼내놓고 정리를 하니 새것처럼 깨끗하다. 합칠 것 합치고 버릴 것 버리며 같은 그릇에 넣어 차곡차곡 정리를 하니 너무 좋다. 큰 통에 있는 것을 작은 통에 옮겨놓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양념들은 다 버리고 나니 냉장고 안이 훤하다. 며칠 못 가서 다시 헝클어질 냉장고라도 지금 당장에는 좋다.


옛날에는 냉장고 없이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다. 어디 냉장고뿐인가. 전화도, 마이크로 오븐도 없이 살았는데 이제는 그런 거 없이는 하루도 못살게 되었다. 전기가 없으면 모든 게 정지되는 세상이 되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은 금방 상할 것이고 전화가 안되면 소통뿐이 아니고 하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은행부터 관공서 일까지 전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사람은 없어도 전화만큼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세금을 내고 은행에 돈을 저축하고 송금하고 보험금을 내고 벌금을 낸다. 전화가 사람들과의 소통보다는 하나의 기계가 되어 세상을 이끌어 가고 지배한다.


며칠 전에 1 시간 동안 전화가 안되었던 날이 있었는데 난리가 났다. 그것이 오래 계속된다면 세상은 어찌 될지 상상할 수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계에 노예가 된다. 세상이 발전하면 그만큼 살기가 좋아지고 사람들은 편해진다. 더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로 인하여 지구는 더러워진다. 조상들에게 받은 깨끗한 지구가 점점 오염되어 간다. 땅이 오염되고 바다가 오염되니까 사람들은 우주에 눈길을 돌린다. 우주까지 더럽히고 싶은가 보다. 지구는 점점 황폐해져 가서 환경단체들이 들고일어나지만 별 효과가 없다. 더럽힌 것을 청소하기는 힘들다. 더럽히지 않으면 청소도 필요 없다.


냉장고가 있다고 무조건 집어넣지 않으면 굳이 날을 잡아서 청소를 할 필요가 없는데 나중에 청소하면 된다고 무조건 집어넣고 쌓아놓지 않으면 된다. 자연도, 지구도 마찬가지다. 자연이 깨끗해야 자연에서 나오는 식물도 깨끗하고 그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하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돌고 돌며 다시 내게 돌아온다. 지금 당장 편한 것만 생각하면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썩는지 상한지 아무도 모른다.


어제 못한 것을 오늘 하기보다 오늘 할 일은 오늘 해야 하는데 그리 쉽지 않다. 냉장고 안에서 썩고 있는 음식처럼 지구 어딘가는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지구의 종말은 가까워지고 있다. 땅이 더럽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이미 3분의 2가 오염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재생 불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는 발전을 위해 살아왔는데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향상되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퇴보했고 지구를 오염만 시킨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좋은 결과만 바라보고 산다. 속으로 죽어가는 줄 모르고 오늘 좋다고 신나게 손뼉 치며 산다. 어제는 가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른다고 오늘만 생각하며 산다. 내가 없어도 내일은 있다. 오늘 내가 망쳐놓은 지구에서 자손들이 살아가는 것이다. 만들고 버리며 재활용하며 산다. 재활용도 좋지만 쓰레기가 되지 않게 재생을 해야 한다. 더러워지기 전에 깨끗하게 한다면 청소를 안 해도 되는 것만이 아니고 새롭게 되게 만드는 것이다.


호흡을 통해 사람이 산소를 마시고 자연이 탄소를 먹고 자란 음식을 인간이 먹는 것은 간단한 원리부터 비롯된다. 오염된 자연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옛날에는 의학도 과학도 발전되지 못하였기에 단명했다. 죽으면 그냥 아파서 아니면 명이 다해서 죽는 것으로 알았다. 지금은 백세시대가 되었는데 성인병으로 병원이 넘쳐나고 약을 한주먹씩 먹으며 산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매일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병이 생긴다. 인스턴트 음식부터 인류의 병은 급성장했다고 하면 지나칠 수 있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현대인 들의 바쁜 일상을 위해 생겨난 음식의 변화는 엄청나다. 인스턴트 냉동 음식을 비롯하여 만들어 놓은 음식이 유행한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것도 모자라 배달음식의 시대가 되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안 만들고 시켜서 먹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배달음식 한 번에 쓰이는 용기는 엄청나다.


비닐봉지를 쓰지 말라고 해도 이미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죽어가는 땅에서 나는 음식이나 그런 음식을 먹고사는 동물은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 야채를 먹고 고기를 먹는 인간 역시 그들처럼 죽은 음식을 먹고 죽어간다. 자연은 받은 대로 되돌려준다. 한 번 두 번 입에 들어간 음식은 보이지 않게 야금야금 인간을 죽인다. 완벽한 음식은 없지만 최소한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살아야 한다. 많은 환경 단체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어도 개개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친다.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생사는 인간의 마음과 노력에 달려있다.


매번 냉장고를 청소할 때마다 하는 결심인데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부터는 냉장고를 작은 지구라고 생각해야겠다. 작은 지구인 냉장고가 깨끗해야 건강할 수 있다. 넘쳐나는 음식이 결국 쓰레기를 만들고 지구를 더럽힌다. 싸다고 이것저것 사다 놓으면 결국 쓰레기만 생긴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냉장고에서 시작된다. 나의 작은 지구 냉장고 속에 행복이 자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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