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따스한 속삭임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앙상한 나뭇가지에

햇볕이 살며시 앉아

조용한 속삭임으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합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누렇게 바래서

쓸쓸히 누워있는

들풀을 흔들며

이제 곧 봄이 온다고

전해주며 날아갑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다가섭니다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해님 때문에 눈이 부셔서

세상을 볼 수 없는데

잠깐만 눈을 감고

쉬고 가라고 합니다


태양이 게으른 계절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겨울날의 짧은 해가

서쪽으로 홀딱 넘어가고

달님은 그리움에 낮이 되어도

차마 넘어가지 못하고

서쪽 하늘에 서성입니다


그리움이 가득 차

하늘을 바라봅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돌아오지 않는 시간으로

돌아가서 추억을 매만지는데

뒹굴어 다니는 낙엽을 보며

지난가을을 생각합니다


흩어지고 모인 구름이

다시 만나 손을 잡으며

재회의 기쁨을 말해주고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을 전합니다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날들의

이야기를 고백합니다


늘 현실은 고달프지만

세월 따라오고 가고

고난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리움의 날들이 되어

기쁨을 가져다 주기에

잠 견뎌보라고 속삭입니다


겨울을 데려다 놓고

가을이 가듯이

봄을 데려다 놓고 겨울은 가고

어제의 아픔을 잊고

희망 속에 살아갑니다


잊힌 날들은 다시 오지 않고

오늘을 사노라면

사랑이 넘치는 삶을 만들며

그들의 속삭임으로 살아갑니다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앉으며

조금만 더 힘을 내 보라고

가만히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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