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고 한다. 골골하며 오래 사는 것은 고통일 뿐 건강하지 않으면 하루도 길게 느껴진다. 손가락 조금 베어도 아파서 쩔쩔매는데 뚜렷한 병명도 모르고 응급실을 드나들며 고통스러워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아프다 죽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아 웬만한 병은 조기 발견해서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긁어 부스럼 만들기가 되어 그냥 놔두었으면 모르고 지나갈 병도 미리 알게 되어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이 아프면 다 이유가 있고 이유를 알기 위해 병원을 찾고 굶으며 뱃속을 비운 다음에 검사를 한다. 아무것도 안 먹고 하는 검사가 있고 물을 잔뜩 마시고 하는 검사가 있는데 둘 다 더 정확한 검사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보며 검진을 시작한다. 언제부터 아프고 아픈 증세가 어떤지 물어본다.
변은 언제 보았고 무슨 음식을 먹고 검사는 언제 했는지 물어보며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치료를 시작한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피검사를 하고 소변 대변 검사를 통해 무언가를 확인한다. 병이 얼마나 오래된 병인지 알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나 역시 지금껏 살면서 여러 번 아파서 의사에게도 가고 응급실로 뛰어가기도 하며 여러 번 고비를 넘겨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플 때는 금방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한 적도 있었다. 특히 말 못 하는 어린아이들이 아프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하고 초조한 시간을 기다리면 약을 먹고 치료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낫게 된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고 금이 가면 깁스를 하고 기다리면 되지만 속에서 난 병은 찾기 힘들고 의사들은 용케 알아내어 잘 고친다. 그런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살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이 이상이 생기면 덜컥 겁부터 난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는 게 정상인데 요즘엔 병원 가기도 겁이 나서 몸을 진정시킨다.
병원에서 하듯이 며칠 굶으면서 조금씩 정리를 하다 보면 웬만한 증세는 사라진다. 아프기 시작하면 식욕도 떨어진다. 일단은 밥을 줄이고 천천히 증상을 살피면서 따뜻한 물을 마신다. 급하게 먹거나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호전되어 며칠 지나면 배가 고파온다.
모든 게 부족하던 시대에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 먹어서 현대병에 걸린다. 먹고 또 먹는다. 기분 좋아서 먹고 기분 나빠서 먹는다. 식사를 다하고 달콤한 후식을 먹으며 행복해한다. 먹으면서 병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행복해한다.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키면 더 이상 걱정이 없는데 사람의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 입에서 좋아도 뱃속이 싫어하는 음식은 해가 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당 분해를 못 시키는 나는 우유나 버터 그리고 요구르트나 치즈를 못 먹는다.
유당 불내증이 아주 심한데 오랫동안 몰라서 오래전에 배로 인하여 고생을 많이 했다. 이유 없이 배가 부등 하고 창자가 뒤틀리고 해서 화장실에 가면 아무 소식도 없다. 먹는 음식도 별로 없는데 이유 없이 배가 아프고 토하고 비위가 상하면 단식을 한다. 며칠 굶고 나면 아무 이상이 없고 괜찮다가 다시 같은 증상이 찾아오면 단식을 하다 보니 몸이 마르고 기운이 없어 이유를 찾기 위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 무엇을 먹고 변은 어떤지 몸의 컨디션은 어떤지 일일이 다 적기 시작했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비위 상하고 메슥거리고 속이 불편하고 몸이 가려운 증상을 일일이 적고 기억하며 모든 음식에는 좋은 영양소가 있듯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어 심장 정밀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데 커피를 끊어 보았더니 심장 뛰는 증상이 사라졌다.
몸이 가려워서 한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이런저런 온갖 검사를 다했는데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하고 나만 고통스러웠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몸에 바르는 로션을 처방해줘서 바르면 가려움증은 사라지는데 피부가 점점 두꺼워지고 검게 변하기 때문에 바르지 않고 음식을 찾아보았다.
어떤 날은 심하게 가렵고 어떤 날은 덜한 것을 보면 분명 내가 먹는 음식에서 온 것이다. 배가 부글 거리고 가스가 차고 창자가 뒤틀리는 증상과 피부가 가려운 것이 어쩌면 같은 음식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매일 먹는 우유와 치즈 크림 등 유제품을 끊기로 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안 먹으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유제품을 피하기 어려웠다. 유제품은 빵이나 과자 초콜릿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제품 성분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먹기 시작했다. 아는 음식만 먹고 배가 싫어하는 음식은 안 먹는데 어떤 때 외식을 하고 오면 배가 아프고 가려워서 생각해보면 무언가 유제품이 들어간 것을 먹은 것이었다.
원래 유제품이 맛있는 게 많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파스타와 크림소스를 비롯해서 보이지 않게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하나하나 먹지 않게 되면서 몸이 좋아지게 되었다. 크림은 아예 끊고 우유나 치즈는 유당이 없는 것을 찾아 사 먹는다. 요구르트가 유산균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지만 먹으면 뱃속이 난리를 친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먹고 뱃속이 편한 것만 먹으면 된다. 남들이 먹는 것을 보면 먹고 싶지만 먹고 나서 고통스러운 것보다 낫다. 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진찰을 하고 검사를 하며 병을 고치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먹는 음식으로 병 들어가는 것도 알아내야 한다.
건강한 몸은 아무 말하지 않지만 몸에 이상이 생기면 말을 한다. 몸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좋은 약이 많은 세상이지만 음식을 가려 먹으면 고칠 수 있는 병이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도 뱃속이 편하니 너무 행복하다. 몸과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비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