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최고라고 말한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으니 지금이 중요하다는 말이 백번 맞는 말이다. 지나간 과거에서추억을 만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뜬 구름 잡으며 희망이 생기지만 지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릴 때는 최고 좋을 때라는 말을 들으며 나이 들어갔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참 좋은 때라고 하고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은 나같이 늙어가고 싶다고 한다. 특별히 잘난것도 없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다들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잘못 살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던 산아제한 시대에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아서 원시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나는 너무 심심하여 둘을 낳고 보니 또 아들이라서 딸 하나 더 낳으면 좋을 것 같아 셋째를 낳고 보니 딸이었다. 일부러 맞추려고 해도 잘 안되는데 2남 1녀가 자동으로 되었다.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2남 1녀로 아이들도 딱 알맞게 낳았느냐며 부러워했다. 이민생활에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어도 아이들 셋이 옹기종기 노는 것을 보면 참 좋았다.
직장을 다니고 기술도 배우며 삶의 터전을 잡고 우연한 기회에 사업도 시작하여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는 사이에 아이들도 성장하고 각자 짝을 만나 가정을 꾸미며 아이들 낳고 잘 살아간다. 지금 까지 살아온 삶은 소설 같은데 지나고 보니 과거가 되었다. 시냇물이 흘러서 험난한 계곡을 거쳐 길고 먼 강으로 가서 넓은 바다까지 가는 세월이 흘렀다. 나는 열심히 바쁘게 살아오느라 하늘도 제대로 보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지금을 만나서 산다.
이 지금이란 시간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어 희미한 추억을 남기겠지만 이 순간은 최고의 순간이다. 아이들을 기르며 학교를 다니며 숙제를 하다 보면 잠이 모자라 버스에서 자며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시험 보고 오는 길에 토네이도가 지나간지도 모른 채 버스에서 공부를 하다 암흑 같은 밖을 보며 무서웠던 날도 있었다. 아이들의 재롱을 보고 하루하루 살며 실망도 하고 절망도 하며 다시 희망하며 살았던 날들은 지금을 데려다 놓고 갔다.
과거는 지나가기에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름답다. 미래는 모르기에 기다리고 두렵지만 희망한다. 재수가 좋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지만 미래라는 시간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다닐지 아무도 모르기에 지금이 좋다. 실컷 자고 싶은 대로 자고 잠이 깨면 아무 때나 일어난다. 가야 할 직장도 없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앉았다 누웠다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 누가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다. 피곤하면 자고 심심하면 재미있는 것 찾아서 논다.
결혼해서 먹고살고 아이들 낳아 기르며 늙느라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 맘대로 남편과 둘이 편하게 살면 된다. 아이들도 잘 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어떤 내일이 될지 모르지만 내일은 내일이 알아서 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은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시간 보내기 위한 것이다. 할 수 있는 것 하고 안 되는 것은 하다가 안되면 나중에 하든지 체념해 버리면 맘 편하다.
누구 못지않게 걱정을 하고 살았는데 걱정이 해결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새로운 걱정만 낳는다. 걱정은 에너지를 빼앗고 사람을 늙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하고 의욕을 잃게 한다. 지금부터 내 인생은 덤이라 생각하며 산다. 하루가 되었든 십 년이 되었든 덤이니 더 바라면 안 된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면 덤을 주는데 덤이란 것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다시 가고 싶게 한다. 덤으로 생각하면 한순간도 고맙고 소중하다.
지금까지 올 줄 몰랐는데 여기까지 왔다. 인생은 덤이라서 더욱 좋다. 내 맘대로 안된 것 같아도 다 지나고 보니 내 뜻대로 살았다. 남들을 부러워했는데 남들도 나를 부러워한다. 인생은 다 거기 서 거기다. 조금 먼저 가고 조금 많은 듯해 보여도 그렇고 그렇다. 아무리 남들이 행복해 보여도 내가 가진 작은집이 진짜 내 것이고 내 행복이다. 그들은 그들의 문제가 있고 나는 나의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각자의 길을 걸어서 무덤으로 향해가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갈 곳은 정해져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웃고 울며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가는 길은 하나인데 맘 편히 살아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지지고 볶으며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없다. 비와 눈과 바람을 끌어안고 있는 하늘도 파란색이 더 아름답다. 이왕이면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야 한다.
어제는 어제의 갈길을 갔고 내일은 내일이 돼봐야 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 이유를 알아가며 산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세상살이라도 눈을 뜨고 살아가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