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 시간에 와서 차를 타면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차 안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정거장에서 당연히 남편이 차를 탈것으로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서 차에 오르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는데 마지막 사람이 남편이 아니다. 차는 문을 닫고 출발하고 만나기로 했던 남편은 오지 않고 나는 그곳을 떠나 어디론가 간다. 깜짝 놀라서 내리려고 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정거장을 지나 간신히 일어나 운전기사에게 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운전기사는 아무 대답도 없이 운전만 하는 사이에 차는 이미 두 정거장을 지나 세 번째 정거장에 도착한다. 나는 내려야 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나는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차는 떠난다. 버스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는 자꾸 앞으로 간다. 산이 보이고 긴 강이 보이고 버스는 계속 간다. 차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어떤 이는 서있고 어떤 이는 앉아있고 어떤 이는 누워서 잠을 잔다. 아무리 둘러봐도 남편이 보이지 않아 나는 차에서 내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고 꼼짝할 수 없다. 내가 계속 가면 안되는데 차는 어디론가 가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골치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는데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꿈이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 새로운 꿈인지 아니면 연결된 꿈인지 나는 어딘가 길을 걷고 있었다. 커다란 도로이고 아는 길이라서 빌딩 사이를 걷고 있는데 길이 점점 작아지고 날이 어두워진다. 꿈속에서 나는 두려워 뛰는 가슴으로 길을 찾아 헤매는데 길은 자꾸만 좁아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길을 한참 걸어간다. 알던 길이 낯선 길이 되고 나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어둠이 점점 짙어지고 아는 사람은 없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빛줄기를 따라갔다. 다시 세상은 밝아지고 사람들이 법석대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판다. 가격이 없어 얼마냐고 가격을 물어도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어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앞으로 걸어갔다. 파란 들판이 보여서 막 뛰어가는데 절벽으로 사람들이 마구 떨어지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며 잠이 깨었다. 개꿈이었다. 늦잠을 잤다. 다행히 영혼이 나를 깨웠다. 그냥 놔뒀으면 그 차를 타고 한없이 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고, 절벽으로 떨어져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를 재워놓고 놀러 나갔던 영혼이 돌아와 나를 깨웠다. 고맙다. 아직은 이르지.....
대체 꿈이란 무엇일까? 꿈을 별로 꾸지 않고 간혹 가다 꿈을 꾸어도 잠을 깨면서 다 잊어버린다. 밤새 꾼 꿈 얘기를 하려고 해도 몇 장면만 생각이 나서 이야깃거리도 안되는데 오늘은 꿈이 내 머릿속 컴퓨터에 저장이 되었는지 기억이 난다. 만약 내가 그 버스를 계속 타고 모르는 곳으로 한없이 갔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엉뚱한 생각이 든다. 사람이 밤에 잠들 때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영혼에게 다 맡긴 채 잠들듯이 사람이 죽을 때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잠에 빠질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깊은 곳으로 가며 몸은 있어도 영혼이 데리고 다니는대로 따라다닌다. 몸은 비록 누워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영혼은 과거로 돌아가 가고 싶은 데로 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영혼은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해 주고 헤어진 사람과 이야기하게 한다. 세상에 없는 사람을 만나 생전에 하지 못한 말을 하게 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 데리고 간다. 꿈속에도 생시나 다름없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고통과 괴로움에 아파하며 힘들어한다.
꿈은 영혼의 세계이다. 침대 위에 몸을 뉘인 채 영혼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나누며 꿈속에서 웃으면 미소 짓고 울면 눈물도 흘리며 한 몸이 된다. 모르긴 해도 어쩌면 꿈이나 생시나 영혼을 따라다니며 사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은 몸을 빠져나오는 것을 본다. 빠져나온 영혼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지난 생을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기도하며 잘 가기를 염원한다. 좋았던 일을 기억하고 잘한 일을 칭찬하며 먼길 떠나는 사람을 위로한다. 알 수 없는 세상을 가는 영혼은 위로를 받고 영원한 안식을 하리라 믿는다. 꿈은 자면서 꾸는 것인데 꿈을 꾸면 의미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태몽꿈은 너무나 또렷해서 몇십 년이 지났는데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서 지금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면 무척 신기해한다. 꿈이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애타는 꿈을 꾸면 잠을 깨고도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연관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오랫동안 집에 있다 보니 마음이 허해졌나 보다. 이제 조금씩 기운을 차려야 하니 내일부터라도 산책을 나가야겠다. 개꿈 한번 신나게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