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살짝 내린 뜰이 햇살을 받고 화사하다. 매일 우중충 하던 하늘이 오랜만에 맑게 개어 상쾌하다. 주위에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우리를 챙겨주시는 지인에게 아침 일찍 코스코에 가면 코로나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받을 수 있다는 고마운 연락을 받고 받으러 갔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차례가 되어 두 개를 받고 한 바퀴 돌며 필요한 물건을 하나둘 잡다 보니 220불어치 넘게 물건을 사 가지고 왔다.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아침도 안 먹고 급하게 가서 받아오긴 했지만 생각지 않은 돈을 썼다. 물론 먹을 음식이긴 하지만 당장에 먹지 않으면 또 냉장고에 넣고 하나씩 꺼내 먹어야 한다. 코로나에 걸려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장을 보지 않고 있는 것을 꺼내먹어 냉동고가 헐거워져서 기분이 좋았는데 다시 꽉 차게 되었다.
냉장고가 가득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은근히 점점 부담스럽다. 새것을 사다가 바로바로 싱싱하게 먹어야 하는데 둘이 먹다 보면 줄어들지 않아 결국 많은 것을 버리게 된다. 아이들과 살 때는 많이 사도 언제 장을 봤나 할 정도로 금방 없어졌는데 지금은 오래 장을 보지 않아도 줄지 않는다. 오래전 노인들이 장을 볼 때 한두 개씩 사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에야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없으면 있는 것 꺼내먹고 오늘 못 사면 다음에 사면된다고 생각이 든다. 냉장고가 텅 비면 먹을 게 없어서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 기분이 좋다. 사다 놓고 먹기 바빠서 많이 만들어 먹다가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괜히 돈 주고 사다 놓고 죄책감을 느낀다.
아무래도 쇼핑몰에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사던 버릇이 생겼는데 이제는 시간도 많고 천천히 걸어가서 조금씩 사 와도 된다. 물건을 사기 전에는 싱싱한 것을 먹고 싶어 이것저것 사지만 집에 오면 그때부터 시들기 시작하여 결국 시들은 음식을 먹게 되니 장을 보기도 겁난다. 요즘에 트럭커들이 데모를 하는 바람에 식료품 가게 선반이 텅텅 비어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물건이 넘쳐난다. 한두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으로 미리 겁먹고 사재기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건값이 확연히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물건이 많고 세일하는 물건을 골라서 사면된다. 모두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아니고 하루 이틀 데모하다 보면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일터로 돌아가게 된다.
쌓아놓고 썩혀 버리는 것보다 조금씩 사다 먹으면 오히려 경제가 더 잘 돌아갈 것이다. 옛날에는 물건이 귀해서 아꼈지만 지금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무엇이든지 쉽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물건값이 옛날보다 엄청 오르긴 했지만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당연하고 시대에 따라 살아야 한다. 지금이야 아이들 나름대로 벌어먹고 살고 우리만 먹고살면 된다. 남편 혼자 벌어서 다섯 식구를 부양할 때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둘만 건강하게 살면 된다.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가서 인지 어리둥절하게 된다. 자주 장을 볼 때는 눈감고도 찾을 수 있었는데 자리를 옮겨서 한참을 돌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산더미같이 사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대식구가 같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아 낯설다.
많은 사람들이 오븐에만 넣어 요리할 수 있는 것들을 장바구니에 넣어 사간다. 시간이 없고 코로나로 식당에 가기 꺼려지는 이유로 준비해놓은 음식은 인기가 많다. 여러 가지 재료를 사서 요리하지 않아도 더 맛있게, 더 빨리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 때문에 어느 새부터 요리책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맛이 있다. 그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지나면서 보면 아주 위생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여 신뢰감이 간다. 물론 홈메이드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고 산다. 조상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놀래 자빠져 다시 돌아가실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상이 무섭게 변해가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여 하루아침에 구식이 되어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보면 우리 집에 있는 것은 다 쓰레기에 불과하다. 무겁고 투박한 물건들을 간편하고 날렵하게 잘 만들어 쓰기도 좋고 보기도 좋다. 견고한 것을 말로 하자면 옛날 것을 따라올 수 없지만 새로 만든 물건은 좋은 장점을 중점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물건은 한없이 만들어지고, 많기에 소비도 많아지다 보면 쓰레기는 더 많아진다. 쓰레기는 세상을 덮어가는데코로나로 엄청난 쓰레기가 생긴 현실이다. 배달 음식 플라스틱과 의료 쓰레기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무엇이 절실한지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아야 한다면서 코로나로 더 많이 쓰게 된 현실이다.
살 때는 생각 없이 사고 다 쓰지도 못하고 버려지는데 공짜로 주는 신속검사 키트나 가지고 올걸 괜히 장을 많이 봤나 하는 후회가 된다. 꼭 찬 냉장고를 보니 은근히 좋으면서도 빨리 못 먹고 버려질까 봐 걱정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