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가 예쁘게 피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다.

하루 종일 소리 없이 내리던 눈이

밤새 내려간 온도로 나무에 얼어서

세상을 온통 아름다운 지상 천국으로 만들었다.

구름 속에 숨어있는 해가 나오기 전에

상고대 구경을 하기 위해

아들이 사는 동네 숲길을 걸어본다.

그림같이 아름다워 늘 즐겨 찾는 곳인데

엊그제 온 눈이 무릎까지 차서 푹푹 빠져가며 걷는다.

마침 아들과 손주들도 함께 걷게 되어

세상을 날듯이 기분이 좋다.

눈이 하얗게 쌓인 숲 속의 오솔길은

그야말로 천상의 모습이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따라

눈 쌓인 계곡을 만난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온 겨울이라

계곡이 더 넓어진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설경이

될지도 몰라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앞서가는 손주들은 하얗게 쌓인 눈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하얗게 핀 상고대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살며시 만져본다.

작은 흔들림에 쌓였던 눈이

살포시 바람에 날린다.

언덕 위 저 멀리로 보이는 풍경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추운 겨울이라 생각하며

싫어하는 겨울인데

꽃처럼 피어난 상고대의 매력에

듬뿍 빠져 한없이 걷는다.

해가 없는 회색 하늘이

너무나 고마운 날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상고대가 피어도

해가 나오면 금방 녹아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만큼은 해가 구름 속에

오래도록 머무르길 바란다.


(사진:이종숙)


집에서 나오기 전, 고국에서는 강원도 산불로 많은 이재민들이 생겨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바싹 마른나무들이 강풍을 따라 불이 붙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 쌓인 눈을 고국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3월이 되었는데도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이 고국에도 내렸으면 좋을 텐데 한없이 번져가는 불길로 다 타버려 참으로 안타깝다. 삶의 터전을 잃고 슬퍼하며 힘들어하는 그분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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