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태양은 분명히 있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온 세상이 하얗다. 겨울이 가기 싫다고 앙탈한다.

어제부터 내리던 눈이 밤새 더 내려서 대략 30 센티 넘게 왔는데 지금도 여전히 내린다. 예보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오다니 황당하다. 3월인데 봄비가 와야지 봄눈이 왔다. 눈이 거의 녹았는데 다시 쌓여 겨울로 다시 되돌아간 것 같다. 동장군이 가기 싫은지 심술을 부린다. 며칠 지나면 힘없이 녹아 없어질 눈이라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참으로 변덕이 많은 날씨다.


내가 내 마음도 모르는데 하늘이 하는 일은 더욱 알 수 없기에 창밖에 쌓인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어디에 저 많은 눈이 있었을까 상상이 안 간다. 길도 보이지 않고 지붕도 하얗고 소나무 송이송이에 눈이 쉬고 있다. 눈은 앉을자리를 일부러 고르지 않고 어디든지 앉는다. 차위에 편하게 내려앉아 있고 나뭇가지에 비스듬히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 밟히고 짓이겨도 아프다 하지 않고 그냥 밟힌다. 눈 치우는 삽으로 쌓아놓으면 해가 와서 녹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며 반항하지 않고 순응하며 때를 기다린다. 쌓여있는 동안 땅과 나무에게 물을 주고 새 생명을 키워낸다.


소나무 가지에 참새 한쌍이 날아와 눈을 찍으며 오르내린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앉아 몸을 흔들어 댄다. 체온으로 녹이며 목욕을 하는지 눈 위에서 한참을 놀더니 다른 나무로 간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 참새 같은데 해야 할 것을 알고 할 일을 한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크고 작음을 떠나 모두 소중하고 귀하다. 한 줌도 안 되는 참새도 기다릴 줄 알고 적을 피하며 사는 것을 본다. 매일 만나서 그런지 참새보다 몇 배 더 큰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블루 제이와 로빈과 사이좋게 논다.


여름에 채소밭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뜰이나 지붕에서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먹을 것도 혼자 먹지 않는 것을 본다. 뜨거운 여름에 새들이 마실 물을 한 군데에 떠 놓으면 신기하게 차례대로 날아와 앉아서 마시고 간다. 까치가 마시고 가면 참새가 오고 그다음엔 로빈과 블루 제이가 오는 것을 보면 그들도 나름대로의 규율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뜰을 나누고 가로등도 나누며 서로의 차례를 기다린다. 까치가 앉았다가 날아가면 까마귀가 차지하고 또 다른 새에게 양보한다. 하찮은 새들도 세상에 내 것이 없음을 알고 있는데 인간은 세상을 혼자 차지하고자 한다.




푸틴의 잔혹한 욕심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피난민을 만들고 무고한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그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의 욕심과 이기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하고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게 한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살기 위해 떠나는 그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잔인한 만행을 저지른다. 역사는 말할 것이다. 그의 모든 죄를 낱낱이 파헤쳐 응징하며 전 세계에 고발할 것이다. 세계는 모두 우크라이나를 도우며 푸틴의 도발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은 한쪽으로만 불지 않는다. 북풍이 불어 세상을 얼리고 남풍이 불면 세상이 녹는다. 가진 것이 많으면 더 갖고 싶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 더 높이 오르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다 가질 수 없다.


욕심으로 흥한 자는 욕심으로 망한다. 분수를 모르고 날뛰면 제 꾀에 빠지고 가진 것 마저 다 잃게 된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따라오기에 정도를 걸어야 악을 피할 수 있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 억누르며 죽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 이기려 해도 이길 수 없고 죽이려 해도 죽일 수 없는 게 있다. 신념을 가지고 버티는 상대를 짓밟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고 함께 항쟁하는 이상 푸틴은 이길 수 없고 무력으로 인한 전쟁은 오래가지 못한다. 강제로 빼앗은 것은 돌려줄 때가 올 것이고 빼앗긴 것은 몇십 배, 몇백 배로 돌려받을 것이다.




하얗게 내린 눈으로 세상이 눈꽃이 피어 아름답다. 봄이 오는 길이 험난해도 언젠가는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아무도 계절을 거부할 수 없다. 가기 싫은 겨울이 머물고 싶어도 태양은 대지에 봄을 데려다 놓는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지 모르지만 하루를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의 뜻이다. 자연의 뜻을 따라 살다 보면 찬바람도 만나고 따뜻한 바람도 만난다.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행복을 찾지 못한다. 돈과 명예와 권력에 행복이 있는 줄 알지만 결코 행복을 찾지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며 그것이 행복인 줄 알지만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많지 않아도 진실한 사람 몇 명만 있어도 행복하다.


강제로 빼앗은 권력과 명예는 불행하고 허무하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은 다시 여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땅은 거짓을 모르기에 오늘 뿌린 씨앗은 내일이라는 열매가 되어 나온다. 악한 씨앗은 악의 열매가 되고 선한 씨앗은 선의 열매가 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며, 참고 기다리며 인간이 뿌린 대로 거두기를 지켜본다. 봄이 오는 길을 방해하는 겨울이지만 하얗게 덮은 세상은 평화롭다. 눈은 더러운 곳을 덮어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둥근 곳에 앉아서 둥근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뾰족한 곳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보이지 앉지만 태양은 분명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봄은 오고 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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