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인간은 누구나 오늘이라는 시간을 선물로 받는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를 공짜로 받으며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며 살아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매일이 짜증스럽다고 투정을 하지만 세상에 같은 날은 없다. 매 순간 우리의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변하듯이 하루라는 시간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한다.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하늘을 바라본다. 하나뿐인 하늘은 수백 수천만의 다른 얼굴을 하고 우리를 반긴다. 파랗던 하늘이 검게 되어 소나기를 뿌리고 어둡던 하늘은 빨간 태양을 앞세우고 새 날을 연다. 하늘이 어두우면 인간의 마음도 무겁고 우울해지고 하늘이 맑고 청명하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하늘을 원망한다.
하늘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아무것도 주지 않고 고집스럽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한다고 원망하기도 한다. 하늘이 인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 따라 계절 따라 할 일을 한다. 가뭄이 계속되고 장마가 끝나지 않아 힘들어할 때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본다. 혹시나 비가 올까, 비가 멈출까 희망하며 하늘을 보고 마음으로 빌어 본다. 산이 타들어가고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화마가 휩쓴다. 가슴이 찢어지고 피눈물이 나는데 불은 여전히 산을 태운다. 뉴스를 보니 노인 부부가 타들어가는 집을 떠나며 외양간에 있던 소를 풀어놓았다. 집과 외양간은 다 타버려 흔적조차 없는데 집으로 돌아온 소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짐승들도 밥을 주고 집을 주며 사랑으로 살게 해 주는 주인의 고마움을 보답하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난다.
소들이 타버린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연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에서 소 주인은 짐승들이 고마워서 목이 멘다. 며칠이 지나도 불길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늘을 쳐다본다. 인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늘은 알지 못해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해마다 봄과 가을에 성당 주체로 신자들을 위한 바비큐를 한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야외 미사는 못하지만 예전에는 공원에서 미사를 드리고 바비큐를 했다. 신자들이 모두 친목 경기를 하는 하루를 즐기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날의 날씨가 최고 관건이다. 아무 때나 날씨 좋은 날 바비큐를 할 수 있지만 전체 신자가 움직이는 대규모 소풍날 날씨가 좋기를 간절히 바란다. 며칠 전부터 일기 예보를 보며 기다리다가 당일 아침이 되어 꾸물거리는 날씨에 실망한다.
비가 쏟아지면 어쩔 수 없지만 비가 오지 않는 한 취소되지 않는다. 비옷과 우산을 준비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온다.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두의 마음을 하늘이 알기나 하는 듯이 청명한 하루를 선물로 받는다. 지금껏 성당 행사를 할 때마다 좋은 날씨여서 지금은 일기예보에 신경을 안 쓰고 당연히 날씨가 좋으리라 믿게 되었다. 간절히 원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처럼 며칠 동안 이어지는 산불을 끌 수 있게 비가 올지도 모른다. 러시아에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는 생지옥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의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나라를 떠나 피난민이 되어 목숨을 이어간다. 그 와중에도 삶은 이어진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결혼을 하고 지하벙커에서는 서로를 위로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자비한 러시아의 폭격으로 사람들은 죽고 마땅히 묻을 곳이 없어 비닐백에 넣어서 땅을 파고 여러 명씩 묻는다. 지난해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져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던 모습과 다름없다. 갑자기 일어난 전쟁으로 고통 속에 스러져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세계가 그들을 지원하며 러시아를 최대한으로 제재하며 전쟁을 멈추기를 원한다. 이유 없이 희생당하는 현실 속에 무고한 국민들은 갈 곳이 없다. 아무런 일없이 하루가 오고 가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평화롭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어가는 현실을 눈물 없이는 볼 수가 없다. 세상 어디를 가도 인간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편할 날이 없다.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더 많이 갖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
하늘이 보고 땅이 본다. 밤이라고 안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카메라가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감시 카메라에 찍히는 세상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나쁜 일을 하지만 결국엔 들키게 된다. 하늘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지만 언젠가는 꼬리를 잡힌다. 푸틴이 침공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살생이 만행하고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세상의 평화는 없다. 하루가 왔다가는 사이에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난다. 공짜로 받은 하루가 험담과 분노와 미움으로 얼룩져 죄악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움과 나눔과 희생으로 살아간다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하늘은 땅을 보고 있다.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본다. 세상만사 하늘이 알아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가 와서 산불을 끄고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