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비어가는 냉장고의 매력

by Chong Sook Lee
(이미지출처:인터넷)


음식물 쓰레기 수거 일이다. 이곳의 분리수거는 1년 전쯤 시작되어 특별한 봉투에 음식 찌꺼기를 넣어 지정된 통에 넣어 수거하는 날 밖에 내놓으면 가져가는 날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 없이 집어넣은 냉장고를 청소하였다. 먹다 남은 음식, 먹으려고 냉동고에서 꺼내 놓았다가 먹지 못하고 오래된 것들이 많다. 식료품 값이 올라 웬만하면 버리지 않고 다 먹으려고 하는데도 결국 남아 버리게 된다. 싱싱한 맛으로 끼니마다 새로 요리를 하다 보면 남겨진 음식은 안 먹게 되어 쓰레기통으로 가게 된다. 물건을 사려면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매일매일 음식 찌꺼기가 한봉 투씩 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히 버리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음식물 쓰레기는 여전히 나와서 속상하다. 그전에는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려 버릴 때마다 지구를 더럽히는 것 같은 죄책감에 미안했다. 그나마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재활용품을 나누어 버리기 시작한 뒤로는 일반 쓰레기가 엄청 줄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참 늦은 분리수거이지만 늦게라도 시작하여 다행이다. 물건값이 오르니 사람들은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살 수 없고 팔리지 않은 물건이 남아도는 마켓에 쌓아 놓은 물건은 시들고 상하여 쓰레기가 된다. 조금씩 싸게 팔아 많이 사고팔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하여 생산과 운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주고 적게 사게 되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사다가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을 사거나 외식을 하게 된다. 점점 살기 힘들어가는 세상이 되어간다. 나이 든 사람은 많은 것이 필요 없어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많이 힘들 것이다. 혼자 벌어먹고 살았던 시대가 지나고 둘이 벌어도 허덕이는 세상이 되었다. 옛날에는 먹고살면 되는 줄 알았지만 요즘엔 먹고 만 살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취미생활을 해야 하고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도 해야 하는 세상이다.


신용카드가 생기기 전에는 현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빚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신용카드가 생긴 후부터는 집도, 결혼도, 사업도, 모두 카드로 해결되어 지금은 빚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예전에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마음대로 사줄 수 없었다.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를 살 때 오랫동안 입을 수 있게 큰 것을 사주었고 아이들이 원하는 특별활동도 마음대로 시켜 줄 수도 없었다. 부모님이 우리를 기르신 때보다 나아졌어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세월이 가고 모든 것이 흔해지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차를 사기 위해, 집을 사기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계획을 짜고 산다. 휴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만 하고 살았던 부모님 시대는 가버리고 돈이 없어도 휴가를 가야 하고 철철이 유행에 맞는 물건을 사야 한다. 돈이 없어도 물건을 먼저 쓰고 나중에 돈을 내는 시대가 되어 급한 대로 이것저것 사서 사용한다. '대출을 잘 받는 것도 실력'이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궁상을 떤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인심도 변해서 남의 삶을 마음대로 판단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아니고 없어도 있는 척해야 대접받는 시대다. 물질 만능주의가 되어 작은 것, 소소한 것은 시시한 것이고 가치가 없다 고 생각한다.


푸드뱅크에도 이름 있는 회사의 음식만 가져가고 이름 없는 회사 음식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한다. 배가 고파도 이름 없는 음식을 먹느니 굶는데 낫다고 한다.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꽁보리밥과 열무김치에 고추장 한 숟갈을 넣어 비벼먹어도 꿀맛이었는데 음식도 시대 따라 달라져간다. 드라마에서 보는 한국인의 삶은 옛날의 생활 모습은 보이지 않고 거의 다 서양식으로 먹고 자고 입고 산다. 오히려 서양보다 더 서양식이다. 이민 생활을 오래 한 나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한국식이 되어가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외국식으로 멋지고 예쁘게 사는 것 같다.


정겨운 고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약간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따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건이 많아지다 보니 멀쩡한 것이나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은 재활용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것들이 버려지는 현실이다. 옛날에 만든 물건은 투박하나 견고하여 고장이 나지 않는데 비해 신제품은 간편하고 날렵하여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고 싶지만 오래된 살림이 많은데 신상품을 가져다 놓으면 나머지가 볼품없을까 봐 웬만하면 살림을 교체하지 않고 산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 더 좋아진다. 언제부터인가 단순하고 간단하게 필요한 것만 있는 것이 좋고 너저분한 살림은 하나둘씩 내보내고 산다.


물건을 살 때는 좋아서 사겠지만 굳이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 쓰지 않으면 자리만 차지하고 결국 버려지는 게 살림살이라 사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일이라 냉장고에 먹다 남은 음식을 꺼내 버리며 먹은 것보다 버려지는 음식이 많음에 놀란다. 물건 값이 하늘로 치솟고 일인 가족이 많아지다 보니 과일이나 채소도 소량으로 사고 판다고 한다. 미리 사다 놓고 못 먹고 버리지 말고 나도 하나씩 사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하여 텅 빈 냉장고를 보니 마음속도 시원하다. 꽉 찬 냉장고보다 적당히 빈 냉장고가 더 매력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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