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각은 어디까지 인지 궁금하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한없이 상상하며 날아다닌다. 어떤 때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멍하게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인데 생각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오고 간다. 좋은 생각을 하면 기쁘고 웃음이 나는데, 슬프고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면 자연히 눈물이 나고 후회가 된다. 살다 보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기고 원하는 일은 이루기 어렵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연로하신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가서 뵙지 못하고 산다. 머지않아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찾아뵐 수 있겠지만 기다림 속에서 그냥 떠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어떻게든 가면 되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너무 연로하신 엄마는 전화통화가 어려우시고 직접 찾아뵈어야 한다. 오랜 이민 생활중에 가장 힘들은 것은 부모 형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지 못할 때이다. 아버지 생전에 길을 걸으시다가 넘어지셨다며 붕대를 머리에 두르고 계신 아버지 사진을 동생이 보냈다. 별 이상은 없고 피가 조금 났다고 하며 걱정 말라고 다시 연락이 왔지만 가지 못하는 나로서는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표를 빨리 살 수 있어 가서 뵙고 왔지만 멀리 사는 나로서는 아픈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혼란하다. 누구나 큰 병이 아니라도 살면서 한 두 번씩 앓으며 사는데 아픈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감기 몸살 같은 가벼운 병도 몸이 지치고 회복기간이 필요한데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실로 고통스럽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믿고 살다가 갑자기 아프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아픈 사람은 소식을 전하면 민폐라 생각하고 혼자 낑낑대며 사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틈틈이 소식을 전하고 살면 좋은데 그것도 쉽지 않아 안 하고 살다 보면 황당한 일이 생긴다. 전화하면 "괜찮아. 잘 있어"라는 간단한 안부를 전하다 보면 나중에는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남동생이 많이 아팠는데 멀리 살아서 한국에 나오기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에는 막바지에 소식을 전해주어 달려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아무것도 못해주고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고 울기만 하다 돌아서야 했던 날이 생각난다. 일찍 알았어도 살기 바빠서 해주지도 못하였겠지만 여전히 후회가 된다. 세월이 흘러 형제들도 나이가 들어간다. 어쩌다 전화를 하면 여기저기 아프고 기억력도 조금씩 떨어져 간다는 말을 들으면 나만 늙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동생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전화를 해서 동생의 초췌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머리는 하얗고 눈은 퀭하여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밥이라도 맛있게 해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서 옆에 있을 수는 없지만 전화라도 해주면 위로가 될까 해서 자주 통화를 한다.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만큼은 덜 아플 거라 생각하며 옛날 좋았던 추억을 꺼내서 웃으며 그때를 회상한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우울해져서 더 아픈 것 같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잠시라도 편안할 것이다. 같이 자란 형제자매도 환경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다 보니 시간 차이도 있어 시간을 계산하며 전화를 해야 한다. 이곳은 한국과 15시간의 시간 차이가 있어서 한국이 아침이면 이곳은 저녁때다.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면 한국에 사는 동생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통화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며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과 손주들 이야기를 하며 드라마 얘기도 한다. 국제 전화 통화료가 너무 비싸서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요즘엔 카톡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만나서 안아주고 손은 잡지 못해도 영상통화로 얼굴도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같은 한국에 살면 더 자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도 좋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전화인데 옛날에 전화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 식구들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면서도 수시로 전화를 들여다보며 사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통화는 거의 하지 않고 톡으로 소통하고 전화 속의 세상을 살아간다. 손바닥만 한 전화는 백과사전이고 쇼핑을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본다. 누가 옆에 있어서도 행복하지만 아무도 없어도 전화 하나 가지고도 잘 사는 세상이다. 전화 값이 비싸도 전화 없으면 살 수 없고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이 안된다.
편하게 길들여진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세상에 살아갈지 모르겠다. 며느리들이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 세 아이들 잘 키우신 어머니가 너무 위대해요". 해서 한바탕 웃었다. 시대에 따라, 세월 따라 사는 게 사람인데 이런 세상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는데 지금은 개발로 인하여 더 빨리 강산이 변하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대로도 나는 행복하다. 전화로 아픈 동생 얼굴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위로하고 사랑을 전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세상이 좋아지는 만큼 나쁜 점도 많겠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며 행복하면 된다. 생각나고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카톡이 있어 너무 좋다. 카톡을 개발한 분들 덕분에 한국에 가지 않고도 동생을 매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