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세상도 춤을 춘다

by Chong Sook Lee



바람이 징징 운다. 무엇이 그리 슬퍼 저리도 우는지 모르겠다. 어제 낮에는 여름 날씨 같이 덥더니 오후부터 바람이 미친 듯이 불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잠잠하던 바람이 새벽부터 또다시 불기 시작한다. 어디를 가는 길인지 급하게 소리 내며 간다. 동네에 뒹굴던 낡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못 이겨 우리 집 뜰로 이사를 와서 가지 않는다. 며칠 전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뜰이 놀러 온 낙엽으로 가을의 모습이 된 것을 보며 손님이 왔다고 생각해 본다. 오래 있는 손님도 있지만 손님은 잠시 머물다 간다. 저 낙엽들도 잠시 머물다가 언젠가는 갈 것이다.


코너에 있는 우리 집은 한쪽이 넓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쓰레기가 잠시 머물다 간다. 사과나무 꽃이 예쁘게 피는 봄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꽃구경을 하며 꽃냄새를 맡고 나무 옆에서 사진도 찍는다. 사과나무 꽃이 다 떨어지면 개나리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그다음에는 라일락 나무가 연보라색 꽃을 피우며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마다의 때를 알아 피고 지는 꽃들은 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진다. 여름이 되면 빨간 장미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피고 진다. 장미가 여름 내내 사이좋게 피고 지고를 하며 교만을 떨 때 개망초가 피기 시작한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개망초는 뿌리 하나에 수많은 가지를 가지고 수없이 꽃을 핀다. 하나가 지면 두세 개의 꽃이 연달아 피고 지고 눈이 올 때까지 견디다가 눈에 덮인 채 겨울을 맞는다. 추운 겨울을 눈밑에서 누워있다가 눈이 녹으면 파랗게 돋아난다. 이름은 봄이지만 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누런 잔디와 마른나무가 황량하게 서 있는데 개망초는 원추리 함께 봄을 맞는다.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세상을 뒤흔든다. 나무들도 덩달아 몸을 흔들어대며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왔으니 갈 때가 있겠지만 바람이 불면 괜히 심란하다.


뜨거운 여름에 부는 바람이 힘들게 일하는 농부들의 땀을 식혀주지만 봄과 함께 오는 꽃샘바람은 너무나 짓궂다. 어떤 때는 바람이 너무 차서 겨울이 다시 온 것 같다. 어제는 여름 같더니 오늘은 스산한 가을이고 내일은 눈과 비가 오고 영하로 내려간다 는 소식이다.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봄이기에 며칠만 참으면 된다. 봄이 한번 오기도 이토록 힘이 드는데 한평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인간은 위대하다. 인간은 쓰러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을 이어나가며 행복의 날을 기다리며 산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망과 절망 속에서 좋은 날을 기다리다 더 이상 견딜힘이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죽음을 생각한다. 삶이란 날씨와 계절 같아서 수없는 변화를 가져다준다. 봄 속에 겨울이 있고 겨울 안에 봄이 있다. 가을에 여름이 있고 여름 속에 겨울을 품으며 우리네 삶을 파고든다. 봄이 왔다고 좋아하지만 어떤 봄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따스한 봄바람을 가져올지 칼바람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봄이 오기를 소망하며 산다.


새벽부터 불어대는 바람은 여전히 심하게 불고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님은 들락날락 숨바꼭질하며 세상을 내려다본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계절의 순환을 막을 수 없듯이 양지쪽에는 어느새 새파란 민들레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람이 사는 동안 얼마만큼의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도 지구에는 견딜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기쁨의 환희로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고, 한쪽에서는 오스카상을 받고 운동 경기를 보며 환호하는 그들이 모두 기쁘고 슬프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한국에는 벚꽃이 만발하여 많은 상춘객들로 분주한데 이곳은 이제 봄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늦게 오는 봄이라도 할 일을 다하고 가는 봄이다. 꿈틀대며 게으름 펴며 오지만 꽃도 피고 지고 열매를 맺으며 때가 되면 가을을 맞는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실감하며 산다. 병에 걸리고 사고를 당하여 목숨을 잃고 사기를 당하고 전재산을 잃고 통곡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의 평안하던 삶의 터전을 잃고 나라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피난민이 있고 전쟁으로 나라를 잃고 자유를 빼앗긴 채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행복하게 살지는 못하고 고통스러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구는 변하고 있다. 초록이 없어지고 빙산이 녹고 사막이 넓어지고 살 곳이 줄어들어 인간의 삶을 겁박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구가 황폐해져 가고 인심도 험악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돕는 세계의 온정의 손길을 보며 희망을 본다. 하루빨리 그들에게 평화가 오기를 빌어본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많다. 독재자로 인하여 온 국민이 경제난에 허덕이며 사는 곳도 있고,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 그늘에서 애타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들의 아픔과 설움을 동참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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