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궁금했던 오늘의 행복

by Chong Sook Lee
파란 하늘이 눈까지 파랗게 물감을 들였네요.(사진:이종숙)


어제 궁금했던 오늘이 왔다. 어제처럼 바람은 여전히 심하게 불고 하늘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무언가 쏟아질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하늘이 어두워지며 눈이 오기 시작한다. 손주들을 등교시키고 산책을 나갔다. 눈이 하얗게 덮인 들판을 걷는다. 앞이 탁 트여 가슴까지 시원하다. 눈밭에 서 있는 나무들은 겨울을 잘 넘겼기에 다행인 듯 아주 편안해 보인다. 눈이 있어 아직 겨울 같지만 땅속에는 이미 봄이 시작됐다. 강 건너 멀리 절벽에 서 있는 나무들이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숲은 봄옷을 입고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러 나왔다. 우리는 강변을 향해 걸어갔다. 강변에는 몇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여름이나 가을 같으면 의자에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간단한 간식을 먹기도 하겠지만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여 그냥 지나친다. 강물은 꽁꽁 얼어 하얀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멋있다. 용기 있는 누군가가 얼어붙은 강물 위를 걸어간 듯 발자국이 보인다. 양지쪽에 있는 절벽은 속살을 노랗게 내놓고 봄을 맞이 한다. 숲으로 들어가 강 건너편을 바라본다. 눈은 어느새 그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완벽하게 파랗다. 숲 속에 들어서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며 가며 한두 사람이 지나칠 뿐 나무들의 속삭임만 들린다.

아침에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이 흐려서 무장을 하고 나왔는데 30분밖에 안 걸었는데 벌써부터 더워 목도리를 풀고 잠바 지퍼를 내리니 살 것 같다. 숲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여 마셔 본다. 속이 시원하다. 체육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기다. 추운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운동을 하지만 어쩌다 이렇게 나와서 걷다 보면 공기의 질부터가 다름을 느낀다. 아무리 청소를 하고 깨끗하게 관리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운동을 하니 먼지도 많고 땀냄새도 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만 갇힌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그리 좋지는 않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이렇게 나와서 걷는 것도 좋다.

백양나무가 서로 손을잡고 서 있습니다. (시진:이종숙)


옆으로 내려가는 길로 걸어본다. 강변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자연의 모습에 경탄하며 꼭대기를 바라본다. 손으로 가꾸지도 않았는데 정말 멋지게 서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자라고 있는 백양나무는 서로 손을 잡고 정답게 서 있다.삼각형의 모습으로 절벽에 흙이 보이고 사이사이로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깎아 놓은 듯한 절벽은 해마다 조금씩 침식하여 어느 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절벽 꼭대기에 있는 몇 채의 집들도 지금은 괜찮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는 지금의 자취를 감출 것 같다. 햇볕이 내리쬐는 강가슭은 어느새 눈이 녹아 얼음이 뽀얀 얼굴을 내밀지만 얼어붙은 강은 사월이나 되어야 녹는다.

나무 사이로 걸어본다. 나무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숲을 지킨다. 크고 작고 가늘고 굵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죽은 지 몇 년 되어 보이는 나무인데도 쓰러지지 않고 제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서 있다. 나무를 올려다본다. 껍질도 다 벗겨져 있다. 버티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그때는 누워 버릴 것이다.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젠가는 떠난다. 다만 시간을 모르는 것뿐이다.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교만하고 감사할 줄 모른다. 더 많이 바라고 더 채우며 살아간다. 나의 큰 잘못은 덮어주고 남의 작은 잘못을 파헤쳐가며 산다. 비교할 필요도 남의 것을 탐할 필요도 없는데 시기하고 질투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바라며 빼앗으려 한다. 그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는데 말이다.

삼각형의 절벽이 숲과 강과 어우러져 살아갑니다.(사진:이종숙)


나무들을 바라본다. 눈밭에서 춥다, 싫다 불평 없이 겨울을 산다. 인간은 작은 일에도 불평불만이다. 추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한다. 더디오는 봄은 게으름뱅이라고 하고 눈이나 비가 오면 왜 오느냐고 불평한다. 바람이 불면 싫다고 한다. 그 어느 것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싫은 게 많고 바라는 게 많다. 노력도 없이 좋은 결과만 바란다. 좋은 것을 받았는데 나쁜 점만 본다. 어쩌면 인간이 나무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잘것없는 나무들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른다. 욕심과 시기와 질투로 세상을 살아간다. 인간도 있는 대로, 받은 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가를 벗어나니 커다란 산책길이 나온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서서히 하산한다. 멋진 개가 지나가며 아는 체를 한다. 가지고 있던 카메라로 사진을 한방 찍어본다. 이렇게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본 사람이 다시 돌아오면서 또 만난다. 반가워 손을 흔든다. 우리가 살아서 이렇게 산속에서 두 번씩이나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맑은 하늘이 고맙고 눈을 녹여주는 바람과 햇볕이 고맙다. 함께 산책하는 남편이 고맙고 이런 멋진 자연이 고맙다. 사람은 선택하며 산다.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 배우고 지식을 쌓는다.




무엇을 선택하거나 각자의 몫이다. 슬픔을 선택하면 슬퍼지고 기쁨을 선택하면 기뻐진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나쁜 상황을 생각하면 그만하기 다행인 상황이 많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다시 한번 쳐다보자. 미운 것을 보지 말고 좋은 점을 보면 미웠던 사람도 예뻐 보일 것이다. 감사하며 살다 보면 감사할 것 투성이인 인생이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오는 대로 좋은 점이 많다. 바람은 바람대로 할 일을 하며 세상을 돌아다닌다. 내가 궁금해하던 오늘은 이렇게 눈이 부시도록 멋진 날이었다. 그냥 시시하게 보내버릴 수 있었던 날이 내 생각 하나로 이처럼 빛난다.

앞뜰에 원추리와 튤립이 봄 인사를 한다.

이곳에도 이제 봄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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