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4주년... 꽃처럼 살아갑니다

by Chong Sook Lee


44년 전 오늘이 생각납니다.

전날 밤 함진아비들이 집에 와서

웃고 노래하며 맛있는 식사를 하고

밤늦게 떠나 잠을 설친 채

아침에 신부화장을 하러 갔습니다

곱게 화장을 하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부모님과 함께 결혼식 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눈부신 4월 마지막 토요일

사람들은 봄구경을 위해 거리로 나와

거리는 온통 차들이 꽉 차서

거북이걸음으로 앞으로 갑니다.

토요일 오후 2시 결혼식 시간에 맞춰서

여유롭게 떠났는데 길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초조하게 창밖을 보고

좋은 날씨가 원망스럽던 생각이 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날씨 때문에 차가 막혀서

결혼식에 도착한 시간은 2시 30분.

하객들은 신부를 기다리고

신랑 친구들은 신부가 도망갔다고 놀리고

신랑은 안절부절 신부를 기다리는 상황에

헐레벌떡 뛰어가 결혼식을 시작했습니다.

긴장과 흥분이 뒤섞여 신부 화장한 얼굴에

땀이 송송 맺히고 혼배성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는 성당 결혼식이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끝이 났습니다.

신랑 신부 측 사진을 찍고

성당 앞에 있는 식당에서 피로연을 하며

하객들 식사를 대접하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시댁 어른들과 친척들이 모여있고

새신랑과 새색시를 환영하는 폐백을 하고

신혼여행을 위해 급하게 비행장으로

떠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44년이 지나가고

엊그제 일 같은데 4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비바람도 폭풍우도 지나가고

햇살 따스한 세월이 되었습니다.

힘든 날도 견디기 어렵던 날도

다 지나고 꽃 같은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욕심도 버리고 야망도 버리며

평화를 맞이합니다

더 바라기보다

더 원하기보다

오늘 함께 하는 서로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부부가 된 지 44년이 되었습니다.

서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해하고 감사하며 44년을 살아갑니다.

앞으로 사는 날까지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갑니다

꽃처럼 피어서 꽃처럼 살아갑니다.

꽃은 겨울을 참고 견뎌야 피듯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처럼

해마다 잊지 않고 곱게 피어나는 꽃처럼

한없이 솟아나는 서로의 사랑으로

그렇게 변함없이 살아갑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예쁘고 아름다운 꽃처럼 살아갑시다.



이곳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아 꽃이 없어서

지난번 빅토리아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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