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한낮의 쓸데없는 독백

by Chong Sook Lee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이지 않던 모습이 잠깐씩 보여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성은 숨길수 없다. 습관이 사람을 만들고 타고난 천성이 살면서 나타나며 인격을 만든다. 그동안 나는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듣고 살았는데 그만큼 변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중독이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습관처럼 무언가를 하며 사는데 여러 유형의 중독에 걸려 산다. 술을 한잔 두 잔 매일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게임을 재미있다고 계속하다 보면 게임 중독자가 된다. 니코틴 중독이 되는지도 모르고 한두 번 계속 담배를 피우다 보면 담배 없으면 못살게 된다.


술이나 담배에 중독이 되면 밥 대신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를 원한다. 자신은 그것이 중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유전이라는 명목을 대고 부모탓을 하고 산다. 도둑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며 사는 것도 중독성이 강하다. 아무리 하지 말아야지 해도 도둑질이나 사기 칠 생각을 하게 되고 여러 번 하다 보면 수법이 발달한다. 아무나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못하고 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지 못한다. 싸우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매사에 트집을 잡고 싸우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섬세한 성격이라 남들이 보지 못하고 눈치가 빨라서 인지 몰라도 어디를 가든 싸움을 하는 사람을 본다.


큰소리 한번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싸움이나 욕을 하지 않고 조용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싸움이나 욕을 못 한다. 너무 억울해서 싸우려고 하면 가슴이 뛰고 온 몸이 떨려서 싸움을 피하며 살아왔다. 차라리 가만히 앉아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옴을 알기에 싸우거나 욕을 하지 않고 대화로 한다. 결혼 초기에 몇 번 의견이 달라서 남편과 실랑이를 했는데 맘에 안 들면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의 성격을 알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냉전 상태가 계속된 뒤에 앉아서 화해를 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부부간에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은 서로를 갉아먹고 죽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여 지금은 어느 문제든지 대화를 하며 산다. 모르는 남녀가 인연이 되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살아가는데 참으로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똑똑한 사람도 실패를 하고 잘생긴 사람도 불행하게 산다. 공부 잘한다고 권력을 잡고 높은 자리에 앉는 것도 아니고, 못난 사람도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고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끄는 것이다. 속이 상하고 하는 일이 꼬인다고 술 담배를 가까이하다 보면 하는 일이 더 안될 수도 있다. 돈이 없다고 복권이나 놀음에 의지하여 하나둘씩 사고 한두 번씩 하다 보면 중독에 걸린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습관의 연속이다. 반항하고 법을 어기고 삶을 비관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그런 사람이 된다.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 없고 중독에 걸린 사람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해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못 끊는다. 놀음을 하는 사람은 손가락을 자르면 발가락으로 한다고 한다. 집을 잃고 가정이 다 흩어져도 놀음을 그만 두지 못한다. 중독이 그렇게 무섭다.


돈이 아까워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 사람이 복권은 지갑이 터지도록 산다. 속이 망가져서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기운이 난다 고 술을 마시며 산다. 폐에 구멍이 뚫린다는 무서운 광고를 보면서도 줄담배를 핀다. 점점 많아지는 노숙자의 문제로 나라마다 골치를 앓는다. 해결책이 없다.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늘어나는 노숙자를 보호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없어져서 실직을 하여 길거리로 나가보니 돈에 찌들어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 조금 불편해도 걱정 근심 없이 사는 노숙자의 삶을 택한다.


나라에서 보조가 나오고 무료 급식하는 곳에서 끼니를 때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물건을 주는 곳에서 옷과 신발을 받고 살아간다. 쇼핑몰 입구에서 동냥을 하면 장을 봐가던 사람들이 한두 개씩 주고 길거리에 서있으면 지나가는 차들의 운전수들이 돈을 준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노숙자의 문제는 해결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노숙자가 되고 놀음꾼이나 도둑이 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술 주정뱅이가 없고 사기꾼이 없다. 습관이라는 무서운 중독병에 걸린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을 다 알지만 본인의 삶을 알아서 살기 때문에 조언으로 하지 말라고, 나쁘다고 할 필요 없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것이기에 고칠 수 없다. 알코올 중독자가 병원에서 나오면 술을 더 마신다고 한다. 참았던 기억으로 그렇게 된다고 한다. 사기꾼이 감방에서 나와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한 번 노숙자나 놀음에 빠진 사람은 빠져나오기 힘든다고 한다. 처음부터 나쁜 습관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없고 살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싫어도 가야만 하는 길이 있고 좋아도 가지 못한 채 삶을 끝낼 수도 있다. 자신의 운명은 내면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런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고 상담소를 찾아가도 내면의 소리는 타인의 의견을 거부한다.


일만 죽도록 하는 일 중독자와 지나친 취미로 한우물을 파며 사는 사람들도 중독자의 일종이다. 인간은 어떤 방법으로도 삶을 살아간다. 중독자로, 미친 사람으로, 때로는 방관자가 되어 살아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삶이 어떤 삶인지 알고 있는가 이다. 괴로움으로 한평생을 사는 사람도,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누구를 단죄할 수 없다. 자신만이 자신을 구제할 수 있다. 심심한 한낮의 쓸데없는 독백을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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