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밝히고 만난 새벽

by Chong Sook Lee



어둠은 깊게 내려앉고

내 눈은 점점 밝아진다

초저녁에 잠깐 졸은 덕에

밤을 하얗게 밝힌다


달과 별이 나와 놀자

손짓을 하고

시계 소리 똑딱똑딱

침묵을 깨는데

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들린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오지 않는 잠을 달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얼떨결에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도망간 잠은

올 생각을 안 한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가로등은 벌겋게 취해서

졸고 있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잠

기다리면 도망가고

쫓아가면 숨어 버리는 잠


올 테면 오고

갈 테면 가라

오늘 안 오면

내일 만나면 되고

내일도 안 오면

오고 싶을 테 오라지


깜깜한 방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는 야경도 좋다

심술궂은 바람은

곤히 잠든 나무들을 깨워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바람이 떨구고 간 낙엽이

잔디밭에서 뒹군다


잠을 청하며

뒤척이는 나처럼

머물 곳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등 굽은 소나무

기둥 뒤에 누워 잠자고

나간 잠은 안 오는데

성급한 새벽이 밝아온다


먼동이 트는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은

눈부신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잠은 정녕 나를 잊은 채

다른 이의 품에서

새록새록 꿀잠을 잔다

밤을 밝히고 새날이 온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