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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밝히고 만난 새벽
by
Chong Sook Lee
Aug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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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깊게 내려앉고
내 눈
은 점점 밝아진다
초저녁에 잠깐
졸은
덕에
밤을 하얗게 밝힌다
달과 별이 나와 놀자
손짓을 하고
시계 소
리 똑딱똑딱
침묵을 깨는데
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들린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오지 않는 잠을 달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얼떨결에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도망간 잠은
올 생각을
안 한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가로등은 벌겋게 취해서
졸고 있는
데
행방을
알 수 없는 잠
기다리면 도망가고
쫓아가면 숨어 버리는 잠
올 테
면 오고
갈 테
면 가라
오늘
안 오면
내일 만나면 되고
내일도
안 오면
오고 싶을
테 오라지
깜깜한 방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는 야경도 좋다
심술궂은 바람은
곤히 잠든 나무들을 깨워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바람이
떨구고 간 낙엽이
잔디밭에서 뒹군다
잠을 청하며
뒤척이는
나처럼
머물 곳
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
다 등 굽은 소나무
기둥 뒤에 누워 잠자고
나간
잠은
안 오는데
성급한 새벽이 밝아온다
먼동이 트는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은
눈부신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잠은 정녕 나를 잊은 채
다른 이의 품에서
새록새록 꿀잠을 잔다
밤을 밝히고 새날이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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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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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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