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두고 떠난 잠

by Chong Sook Lee


말도 없이

잠이 나갔습니다


깜깜한 한밤중에

나를 홀로 두고 떠난 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간 잠은

돌아오지 않아

살며시 감은 눈을

떠서 방 안을 둘러봅니다


살짝 열린 커튼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으로

가구들이 희미하게

하나 둘 보이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차가 급하게 지나가고

참새들이 잠을 깨며

새벽을 알리고

시계 소리는 밤의 적막을

깨며 잠시도 쉬지 않고

앞을 향해 갑니다


동녘 하늘은

뽀얗게 밝아오는데

밖에 나간 잠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야속하게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계는 똑딱거리고

참새는 짹짹거리고

졸고 있는 가로등은

빛을 잃어 가는데

나를 버리고 가버린 잠은

아침을 데려다 놓았습니다


분명히

벌건 대낮에 돌아올 잠

그때는 가지 못하게

꼭 껴안고 깊은 잠을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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