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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닥터 구자룡 Dec 31. 2019

독서의 가치는 가치를 느끼는 1퍼센트에 있다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역, 위즈덤하우스, 2017.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책을 잡으면 첫 페이지에 그날 날짜를 적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으면 그곳에 다시 그날 날짜를 적는다. 한 권을 완독 그리고 정독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곤 했다. 그런데 구입한 책들이 책장과 책상 위에 쌓여간다. 읽고 싶은 책은 자꾸 늘어나는데 진도가 나지 않는다. 특히 경영 경제 서적은 때가 중요한데 그때를 놓치고 먼지만 쌓여간다. 책을 사는 돈을 투자라고 생각하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쯤 되면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 되니 아깝게 느껴진다.


이제 이런 독서법에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1만 권 독서법>을 발견했다.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기만의 독서 방법이 있기 때문에 굳이 어떤 법칙을 따라서 독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 한다. 그리고 분야와 내용에 따라 자기만의 독서 방법이 있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나만의 독서를 즐기고 또 이를 통해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한계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한 달 안에 15권의 서평을 써야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아직은 1만 권을 독서하지 않았다. 1년에 700권을 목표로 하고 수년간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곧 1만 권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피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1만 권 독서가 아니라 왜 독서를 하는가 하는 점인데, 저자는 독서를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한다. 음악을 들으며 즐거움을 얻듯이 독서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나는 그동안 독서의 주 분야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독을 하고 완독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간간이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독서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저자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일 2권, 월 60권의 서평을 쓴다고 한다. 독서 자체가 경제활동인데 만약 즐겁게 하지 않는다면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책을 읽는 그 순간은 즐거움이 가득하다.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면 희열을 느낀다. 새로운 통찰 앞에 감명을 받는다. 저자는 경영 경제 서적은 대표적으로 '플로우(flow) 리딩'이 가능한 분야라고 한다. 물 흐르듯이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이라고 한다. 대조되는 방법이 '스톡(stock) 리딩'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을 머리에 담아두는 데 무게를 두는 독서법이라고 한다. 나는 직업상 경영 경제 서적을 주로 읽는데 이 책에서 문제로 제기하는 스톡 리딩 스타일이다. 다음에 써먹으려고 하니 머리에 담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의 모든 내용을 머리에 넣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저자는 유감스럽게도 책을 정독하여 머릿속에 주입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내용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어제 정독한 책의 내용조차 지금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그냥 가볍게 음악을 듣둣이 (물 흐르듯이) 그냥 책을 읽는 재미가 쌓이면 된다. 그러면 작은 조작이 어느 순간 큰 덩어리가 된다.



[훔치고 싶은 한 문장]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습니다."




<주요 문장>


p.10. 뇌는 새롭게 읽는 법에 익숙해져 가는데 책만은 기존의 읽는 법을 억지로 밀어붙이며 고수하고 있으니 이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p.20. 무언가 머리 한구석에 남았다면 적어도 그 부분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입니다.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으며, 그 한 구절을 만나기 위해 한 권을 끝까지 읽은 의의가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p.22. 유감스럽게도 책을 정독하여 머릿속에 주입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내용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p.24. 한 권을 깊이 읽는 게 아니라 많은 책으로부터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p.29. 설령 아무리 음악을 흘려들었더라도 역시 '기억에 남는 음'은 있기 마련이지요.


p.33.  '플로우(flow) 리딩'이란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입니다. 대조되는 '스톡(stock) 리딩'은 책의 내용을 머리에 담아두는 데 무게를 두는 독서법입니다.


p.49. 먼저 책 한 권에 10일 이상 매달리는 것은 바람 하지 않습니다.


p.49. 가능하다면 책은 하루 안에 한 권을 다 읽는 게 이상적입니다. 매일 다른 책이 자신 안에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플로우 리딩의 기본 형태입니다.


p.60.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라는 의식으로 책을 읽으면 '담아두기 위해 읽는다'라는 성가신 고정관념이 뒤로 밀려나 독서가 대단히 즐거워집니다.


p.65. 인터넷 뉴스 미디어에 게재되는 서평에 독자가 요구하는 것은 서평가의 주관이 아니라 정보와 뉴스입니다. 즉 '이 기사(서평)을 읽고 무엇을 얻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이 됩니다.


p.69. 저는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계속 옮겨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시 인용할 때는 단락 전체가 아닌 가능한 짧게 몇 줄로 정리한 분량이 좋습니다. 이것을 저는 '한 줄 샘플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p.72. 책을 읽으면서 인용 목록을 만들고, 다 읽은 다음 다시 그 목록을 훑어 그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인용'을 하나만 고르도록 합니다. 바로 '내가 이 책을 읽은 모든 가치는 이 한 줄에 집약되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한 줄 인용을 저는 '한 줄 에센스'라고 부릅니다.


p.74. 만약 여러분이 무인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섰다면, 그 섬의 모든 좌표를 일일이 다 찾아다니며 파헤칠까요?


p.119. 평범한 사람이 책의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하려면 일단 하나로 정리하여 기록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책의 에센스를 추출하여 외부로 끌어내지 않는 한, 독서는 정말 가치 없는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 김병완, 청림출판, 2017.

https://brunch.co.kr/@choob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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